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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고래는 화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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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고래는 화도 낸다

입력
2010.03.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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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는 베스트셀러 덕에 고래는 칭찬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고래는 춤을 추는 동물이 아니다.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뿐 그건 조련사의 훈련 결과다. '조련사는 돌고래를 춤추게 한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그 덩치로 춤을 추듯 흔들어야 끼니를 얻어먹는 돌고래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일 것이다.

아마 돌고래 사이에서 이런 말이 유행할 것이다. '우리가 춤을 춰야 사람이 밥을 준다.' 세계를 시장으로 조련용 돌고래를 팔아먹는 곳이 일본의 대표적인 포경마을인 와카야마 현 다이치 정이다. 울산 장생포에는 그곳에서 구입한 돌고래로 국내 최초의 돌고래 수족관을 운영하고 있다.

4마리를 들여왔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스트레스로 일찍 폐사했다. 돌고래가 들어올 때 일본에서 따라온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돌고래 100마리를 우리에 가두면 한 마리 정도가 적응하는 '상품'이 된다고 했다. 나머지는 화를 참지 못해 다 죽어버린다고 했다. 고래는 화를 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날 나는 돌고래의 눈물을 직접 보았다.

장시간 수송되는 과정에서 얻은 상처가 아파 돌고래가 눈물을 흘렸다. 겁에 질렸는지 오줌을 질질 싸는 돌고래도 있었다. 돌고래는 칭찬에 춤추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고 아프면 눈물을 흘릴 줄 안다. 돌고래는 칭찬용이 아니라 오감을 가진 생명체로 대접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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