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 도어 쪽에 문제는 없는 지, 다시 한번 체크 바랍니다. 오버."
"확인했는데, 별 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계속 (라인을) 돌려도 될 것 같습니다. 오버."
17일 광주 광산구 오선동 삼성광주전자 김치냉장고 생산라인. 무전기로 외관 조립 담당 직원에게 이 업체 김치냉장고 전략 모델인 스탠드형 '아람' 제품의 주요 점검 사항을 전달하는 34년 경력의 베테랑 이필익 삼성광주전자 냉기제조그룹 외관 마무리 공정 파트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요즘 이 곳에선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예년 이맘 때 같으면 에어컨 등 다른 가전제품이 돌아가야 할 이 곳 생산라인을, 때 아닌 김치냉장고가 차지하고 나선 것.
"작년에 비해 30% 가량 김치냉장고 생산량이 늘었습니다. 원래는 가을이나 겨울에 한 개 라인에서만 김치냉장고를 돌렸는데, 최근에는 주문이 많아지면서 제품 생산 라인을 2개까지 늘렸어요. 그래서 만에 하나 나올지도 모르는 불량품을 줄이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 파트장은 이 곳 사정을 설명하면서도, 생산라인 벨트를 타고 포장 파트로 옮겨가는 김치냉장고에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메인 생산라인에서 작업 중인 현장 직원 뒤로는, 김치냉장고 조립에 필요한 부품이 담긴 카트가 보조 벨트를 타고 쉴새 없이 돌아갔다. 현재 이 곳에선 주야간 2개조로 나눠 1주일에 3~4일간 일일 9시간씩 제품 생산라인을 가동, 한 개의 라인에서 12초에 1대꼴로 김치냉장고를 뽑아내고 있다.
계절성 강한 김치냉장고가 가을, 겨울도 아닌 비수기로 여겨지는 3월까지 꾸준하게 생산 물량을 쏟아내는 이유는 뭘까.
"소비자들 사이에서 김치냉장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어 가고 있어요. '계절가전'으로 여겨졌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주방에 필요한 '세컨드 가전'으로 변하기 시작한거죠." 공장을 안내한 삼성광주공장 냉기제조그룹 김세준 과장은 최근 늘고 있는 국내 김치냉장고 수요 증가에 대한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과장은 또 김치냉장고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던 1995년 당시, 초기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김 과장은 이어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여름철에도 김치냉장고 생산라인을 계속해서 돌려야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는 2007년 84만대에서 2008년 91만대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1만대까지 늘었다. 업계에선 올해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가 1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반 뚜껑형과 스탠드형을 합쳐 40만대를 팔아, 2년 연속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에서 김치냉장고가 효자 상품 반열에 오른 셈이다.
이진곤 삼성광주전자 공장장은 "최고의 김치 맛을 내기 위해 지펠이 갖고 있는 독립 냉각 기술을 김치냉장고에 그대로 담았다"며 "제품 개발에 관련된 생산과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글·사진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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