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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해외수출의 '미다스 손' 이구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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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해외수출의 '미다스 손' 이구용씨

입력
2010.03.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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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씨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 는 2008년 11월 국내 출간 이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 16개 국에 번역판권이 팔렸다. 2007년 출간된 조경란씨의 장편 <혀> 는 세계적 출판그룹 블룸스베리에서 영미 판권을 사들이는 등 9개 국에 수출됐다. 소설가 김영하씨는 그동안 발표한 장편 5편 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 등 2권의 판권을 외국문학 진입 문턱이 높기로 소문난 미국에 판매했다.

한국문학 사상 유례 없는 이같은 실적은 저작권 에이전트(중개상)인 이구용(45) 임프리마코리아 상무이사가 일군 성과다. 이씨는 앞의 세 작가를 비롯해 소설가 권지예 이정명 이은 장용민 한강 김연수, 아동문학가 황선미씨 등과 전속 계약을 맺고 작품 번역판권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 문학 전문 에이전트. 정부나 문화재단의 정책적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 출판 시장을 직접 개척하는 그의 작품 수출 방식은 한국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진단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를 서울 마포구 임프리마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_ 수출 작품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전속 계약을 맺을 땐 개별 작품보다 작가의 문학적 역량을 먼저 본다. 표현하려는 주제가 보편성이 있는지, 그 주제를 표현하는 상상력이 뛰어난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 다음 해외에 판매하기 적합한 작품을 고르는데, 여기엔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갖췄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_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조경란씨 소설 중 가장 먼저 <식빵 굽는 시간> 을 들고 해외 에이전트와 접촉했지만 결국 계약을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에이전트에게 작품을 소개할 때 우선 줄거리를 요약한 영문 시놉시스를 제공하는데 이 작품은 대번에 눈길을 끌 만한 사건이 적다. 반면 조씨의 다른 작품 <혀> 는 옛 연인에 대한 여주인공의 복수극이라 짧고 강렬하게 스토리를 요약할 수 있어 반응이 좋았다. 권지예씨 소설 중에선 외국 독자들이 잘 모르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붉은 비단보> 대신 추리소설 풍의 현대물인 <4월의 물고기>가 수출에 적합해 보인다."

_ 한국문학에 특별한 우호적인 나라가 있나.

"사실 한국문학이란 이유로 관심을 갖는 해외 출판사는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판매에 성공한 작품들은 그저 해외 출판 관계자들의 취향에 부합했을 뿐이다. 그건 바꿔 말하면 어떤 작가든지 작품만 좋으면 세계 60억 인구를 자기 독자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_ 다른 분야보다 문학작품 수출에 힘쓰는 이유는.

"세계 출판시장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문학이다. 해외 유명 에이전트들도 문학 작가들을 가장 우대한다. 아울러 문학은 한 나라의 역사, 정치, 문화 등을 통틀어 담고 있어 읽을 거리로서 가치가 크다. 개인적으로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우리 문학 작품을 번역, 소개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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