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SM엔터테인먼트), 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 양현석(YG엔터테인먼트), 김창환(미디어라인)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국내 가요계 거물들이 뉴미디어 사업을 위해 하나로 뭉쳤다. 스마트폰과 인터넷TV(IPTV)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시대에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선보일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에 거는 기대와 더불어 또 다른 거대 권력의 출현을 경계하는 디지털 음원 유통 업계의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국내 대표 음악 제작사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미디어라인, 캔엔터테인먼트, 뮤직팩토리 등 7개사는 17일 뉴미디어 사업을 위해 KMP홀딩스를 공동 설립했다고 밝혔다. 대표는 미디어라인의 김창환 사장이 맡는다.
이 업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내 가요계의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7대 기획사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빅뱅 2NE1(이상 YG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 2PM 2AM(이상 JYP엔터테인먼트),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이상 SM엔터테인먼트), 김건모 박미경(이상 라인미디어) 등이 모두 7대 기획사 소속이다.
스마트폰이 새로운 창구다
KMP홀딩스는 이 같은 스타 파워를 앞세워 스마트폰 등 새로운 뉴미디어 서비스와 IPTV용 방송프로그램제작사업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스마트폰 서비스이다.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를 사고 팔 수 있는 앱스토어를 통해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고 트위터, 미투데이 등 스마트폰에 사용하기 편리한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사업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김성욱 KMP홀딩스 기획홍보담당은 "스마트폰은 연예기획사와 팬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를 열었다"며 "디지털 음악 직접 재생(스트리밍)과 전송(다운로드)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기획사들은 이런 시도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네오위즈벅스와 손잡고 소녀시대의 2집 리패키지앨범 타이틀곡 '런데빌런(run devil run)'뮤직비디오와 사진 등을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 등 스마트폰에서 전송 받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16일 공개해 이틀 동안 3만건의 전송 횟수를 기록했다.
따라서 7대 기획사들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와 관련된 콘텐츠 사업을 유료로 펼칠 경우 새로운 수익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획사들은 기존 휴대폰이나 인터넷 디지털 음원 판매사이트의 경우 이동통신업체 및 디지털 음원 유통 업체와 별도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나눠줘야 했으나 스마트폰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음악 저가 판매와 IPTV 채널 확보도 검토
KMP홀딩스는 디지털 음악 유통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저가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나온 지 오래된 곡을 최신곡보다 싸게 파는 방식이다. 김 씨는 "이미 포화상태인 디지털 음악 유통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기존 디지털 음악 유통업체들은 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디지털 음악 유통업계에서는 KMP홀딩스를 경계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디지털 음악 유통의 주도권이 7대 기획사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 디지털 음악 유통업체 관계자는 "KMP홀딩스 출범에 앞서 일부 기획사가 디지털 음악 공급을 아무 이유없이 중단했다"며 "사실상 또 하나의 이익 집단이 등장한 셈"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KMP홀딩스는 기존 7개 기획사 외에 얼마든지 추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개방성'을 강조하고 있어서 디지털 음악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예 IPTV 방송용 채널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중이어서 가시화할 경우 파괴력이 클 전망이다. 김 씨는 "비용 문제 등으로 당장 추진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IPTV 채널 확보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지상파 방송, 인터넷 업체 등 기존 미디어와 충돌의 소지가 다분하다. 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채널까지 확보한다면 방송 영역의 상당 부분을 침투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지상파, 케이블 등 기존 방송에 대항하는 또 다른 권력으로 부상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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