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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는 010 번호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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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는 010 번호통합

입력
2010.03.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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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X 사용자도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SKTㆍ시민단체)

"정부가 약속했던 010 전환율이 80%를 넘었다. 010번호로 통합이 필요하다."(KTㆍ통합LGT)

지난 달 기준 휴대폰 식별번호 010 이용자가 전체 휴대폰 이용자(4,800만명)의 80%를 넘어섰다. 정부는 당초 이 시기에 맞춰 모든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01X 이용자와 일부 통신회사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한발 물러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국내 이통3사 임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010 번호통합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방통위는 업계와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로드맵을 만들겠다며 당분간 강제통합을 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방통위 관계자는"과거 정부가 010이용자가 80%에 이르면 010으로 강제 통합한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010번호통합으로 이미 식별번호 브랜드화를 방지하는 등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지금까지 추진된 정책을 배경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존에 010번호 통합에 대한 얘기를 듣고 01X번호를 010으로 이동한 사람들의 역차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통신시장 환경, 이용자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통3사 관계자들도 자사 이익을 옹호하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SK텔레콤은 2,400만 가입자 중 47%(1,154만명)가 2G 이용자이기 때문에 "2G 이용자를 모두 3G로 전환하고 번호를 통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고, 2011년까지 2G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던 KT는 "2G 가입자가 250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2G망을 이용하기 보다는 3G 010으로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성호 SK텔레콤 정책그룹장은 "번호통합 취지였던 브랜드화 문제는 해결됐다"며 "번호통합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성환 KT 사업협력담당 상무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나 신뢰를 생각해서라도 번호통합은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010으로 빨리 통합하지 않으면 2G 망을 끝까지 유지하는 사업자가 2G가입자를 모두 독점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통합LG텔레콤도 "010 번호통합 문제는 사업자 경쟁 측면에서 영향을 준다"며 "빠른 번호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임은경 YMCA 통신담당 팀장은 "010번호통합 문제는 소비자, 이용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임에도 이용자 입장은 배제되어 있다"며 "당초 번호통합 정책을 추진할 때 취지를 달성했다면, 2G 이용자가 3G로 이동할 때 01X번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010 통합을 반대하는 이용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01X 사용자는 식별번호를 자신의 정체성, 혹은 신뢰성으로 생각한다"며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사용한 번호를 반납하라는 정부의 입장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는 "정부는 자신들이 주도했던 식별번호 브랜드화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 불편을 소비자에게 감수하라고 한다"며 "가급적이면 기존 사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주 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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