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12년 로알 아문센(노르웨이)과 치열한 남극점 정복 경쟁을 벌였던 로버트 스콧(영국)의 상륙 지점, 테라노바 베이(Terra Nova Bay). 이 곳에 우리나라의 남극 제2기지가 건설된다.
국토해양부는 17일 세종과학기지에 이은 남극 제2기지 건설 예정지로 남극대륙 테라노바 베이(남위 74도, 동경 164도)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곳에 3,300㎡ 규모의 기지를 2014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테라노바 베이는 위도상 세종기지가 위치한 킹조지 섬(남위 62도)보다 훨씬 남극점에 근접해 있다.
세종기지가 칠레와 가까운 데 비해 테라노바 베이는 뉴질랜드 쪽에서 더 가깝다.
앞서 국토부는 테라노바 베이와 케이프 벅스(Cape Burks) 두 곳을 후보지로 정한 뒤 공청회와 협의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했으며, 건설 지역 최종 선정에 앞서 아라온 호를 현지에 보내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국토부는 테라노바 베이가 ▦해안ㆍ내륙으로의 진출입이 쉽고 ▦연구 범위와 대상이 넓은데다 ▦인근에 빙원 활주로가 있어 비상시 항공기 이용이 가능하고 ▦바로 지척(9㎞)에 이탈리아 기지, 300㎞ 떨어진 곳에 뉴질랜드ㆍ미국 기지가 있는 등 국제공동연구에도 유리한 입지를 갖췄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애초 유력 후보지로 꼽히던 케이프 벅스는 1년에 130일 이상 강풍이 부는 등 입지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기지는 남극 대륙에 딸린 섬에 있었지만, 제2기지는 대륙 안에 위치해 현재보다 훨씬 수준 높은 극지연구가 가능할 전망.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기지는 남극 주변부에 위치한 탓에 본격적인 극지 연구 수행에 제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제2기지가 건설되면 고층대기, 빙하, 운석, 남극 대륙 지질 조사 등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상반기 중 기지 명칭을 공모하고, 5월 열리는 남극조약협의 당사국 회의에서 기지 추가 건설을 공표하는 등 내년까지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테라노바 베이에 제2기지가 건설되면, 우리나라는 2개 이상의 남극기지를 운영하는 9번째 국가가 되며 자원의 마지막 보고이자 인류 최후의 미개척지로 불리는 남극을 둘러싼 자원ㆍ연구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전망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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