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너구리 비상이 걸렸다.
양재시민의 숲과 우면산 등지에서 겨울잠을 끝낸 너구리가 최근 양재천, 세곡천에 내려와 산책하던 시민들과 자주 마주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너구리들이 사람을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물릴 경우 단순 외상 정도가 아니라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너구리도 개와 마찬가지로 ‘광견병 바이러스’를 갖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광견병 매개체다. 실제로 2006년 겨울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너구리 사체가 발견됐다. 2002년 경기 연천에서는 한 농부가 야생너구리와 접촉한 사육견에 물려 광견병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서초구청은 이에 따라 16, 17일 이틀 동안 양재천, 세곡천의 너구리 출몰지역에 광견병 예방백신을 넣은 미끼 1,250개를 살포키로 했다. 너구리 굴이 있다는 시민제보를 토대로 양재동 KT건물 앞 천변에는 이날 미끼를 집중 살포했다. 미끼는 어묵 등으로 뭉쳐만든 가로 3㎝, 세로 5㎝ 갈색모양이다. 최상윤 서초구 기업행정과장은 “양재천은 서울에서 일반 개와 너구리가 접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산책객들은 미끼를 보더라도 알레르기 위험이 있으니 만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양재천에는 2006년 하천정비사업 이후 수질이 좋아지자 물고기를 사냥하기 위해 물가를 찾는 야생너구리가 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00헥타르 당 4마리(2009년 기준ㆍ환경부)가 서식하며 경기 북부와 강원지역에 주로 산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특히 도심지 너구리의 광견병은 개 등을 통해 사람에게도 전염이 될 우려가 높은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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