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와 교수 연구력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개혁을 가장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대학의 맨 앞엔 부산대가 있다. 부산ㆍ양산ㆍ밀양ㆍ내이ㆍ아미캠퍼스 등 5개 캠퍼스를 100% 특화시킨데 이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도 금융, 해운, 통상 분야에 승부를 걸었다. 국내 유일의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있는 곳도 부산대다.
8년째 부산대를 이끌면서 캠퍼스에 26개 건물을 새로 세우기도 한 김인세 총장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마취과 교수 출신으로 '부산대 전체를 마취(구조개혁의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창원대와의 통합과 'PNU 글로벌 비전 2015'라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진두 지휘하고 있었다. 김 총장은 "대학을'운영'한다는 것은 낡은 개념"이라며 "지식사회에 걸맞게'경영'한다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진단했다.
인터뷰= 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_창원대와의 통합 추진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젠 국립대도 문화, 산업, 경제를 이끄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창원대와의 통합도 이런 측면이지요. 일류 기업의 연구소와 공장들이 즐비한 지역에 위치한 창원대가 부산대와 합치는 것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겁니다. 일단 양 대학의 경쟁력과 지역특성을 발전적으로 결합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동북아 핵심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부산, 경남, 울산 등 동남권의 경제번영은 물론이고 국가발전도 선도가 가능합니다."
_대학이 기업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런 셈이지요. 사실 기업의 연구소엔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인 교수가 오는 것은 쉽지 않아요. 연구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대학은 달라요. 원천기술을 소유한 외국인 교수를 초빙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학이 산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부산대와 창원대가 통합하면 이런 부분들이 말끔히 해결될 것으로 믿어요. 대학이 원천기술을 갖게 되고, 이를 산업에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입니다. 결국 세계 1등 기업을 책무는 따지고보면 대학이 갖고 있다고 봐요."
김 총장은 창원대와의 통합에 성공하면 주요 기업체 연구소를 대학캠퍼스 안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연구소의 3분의 1은 해당 기업 연구진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대학 측과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 연구진이 공동 사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의 결과물인 새로운 기술은 산업체에 돌려줄 생각"이라고도 했다. 이렇게되면 대학이 국가의 산업과 초일류 기업을 이끌어가는 자연스런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으로 여겨졌다.
_통합 추진은 순탄한가요.
"간단치는 않겠지만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고 봐요. 창원대 교수들이 통합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어요. 하지만 창원, 마산, 진해 지역이 합쳐져 108만 인구를 가진 거대 자치단체가 탄생할 예정이기 때문에 일부에선 신중론도 있다고 들었어요. 지역에 뿌리를 둔 대학을 독자적으로 육성하자는 지역 여론이 대두되고 있어서 이걸 합리적으로 설득하는것이 관건입니다."
-언제 창원대와의 통합을 마무리 할 계획인가요.
" 지방선거가 끝난 뒤 본격 추진할 생각입니다. 내년엔 어렵겠지만 2012년쯤엔 통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요."
그는 "부산대 내부엔 이미 창원대와의 통합을 겨냥해 전담연구팀이 구성됐다"고 했다. 통합 모형 개발에 착수하는 등 통합과 관련한 검토가 상당 수준 진행됐다. 학내ㆍ외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 사회의 목소리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_많은 대학들이 부산대의 특성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지요. 캠퍼스별로 특화시킨게 주효했어요. 백화점식 학교 경영으로는 치열한 경쟁 구도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부산캠퍼스는 종합연구중심대학, 양산캠퍼스는 의생명과학 허브를 구축했어요. 밀양캠퍼서는 나오ㆍ바이오분야를 특화시켰고, 아미캠퍼스는 도시형 메디컬센터를 집중 육성하는 식이지요. 또 2015년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발전계획 'PNU 글로벌 비전 2015'를 추진하고 있어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통합형 차세대기계시스템(기계공학부), 조선해양공학(조선해양공학과)을 핵심특화 분야입니다. 기계분야는 영국 롤스로이스사와의 국제산학협력을 맺게 되고, 조선분야는 영국 로이드교육재단 등과 교류할 겁니다. 이런 부분들이 진행되면 세계적 수준의 연구경쟁력을 갖추게되고, 산업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어요. 특히 부산은 금융해운통상 도시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특성화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로스쿨이 여기에 해당되지요."
-그런 부분이 특성화의 지향점인가요.
" 대학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전략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제공해야 해요. 그래야 지역경제를 비롯한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발전을 견인할 수 있어요. 이것이 특성화의 핵심 입니다. 부산대는 동남권 800만 시민의 정신, 경제, 문화, 교육, 산업을 이끌어 가야 하는 사명을 가진 대학입니다. 지역의 산업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게 일종의 책무인 셈이지요. 대학이 싱크탱크가 돼 산업을 선도해야 합니다."
_ 법인화는 할 생각인가요.
"법인화가 되지 않으면 대학 자율화가 어렵다고 봐요. 법인화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확장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전공의 특성을 살려 전체적인 발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부산대는 빨리 그런 방향(법인화)으로 나갈 것입니다. 다른 국립대도 따라 오지 않겠어요."
부산대는 법인화 추진 전담팀을 만들었다. 부총장 산하에 5개 연구 분과로 구성됐다. 총괄 및 운영체제, 재정 및 회계, 행정조직 및 인사, 교육 및 연구, 캠퍼스 및 시설 등이다.
_부산대가 법인으로 바뀌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요.
"정부의 안정적인 재정지원은 계속 받는 대신에 규제는 적어질 겁니다. 교육 외적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바로 사용할수있기 때문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어요. 땅과 건물 임대 소득을 대학 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쓸 수 있다는 얘기지요. 자산이 많으면 국고와 등록금 외에도 제3 수익을 창출화 할 수 있습니다. 부산대는 이런 점에 부합하는 여건을 갖고 있어요. 좋은 의미의 기업화가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법인화가 되면 운영 체제였던 대학이 실질적인 경영체제로 갈 겁니다."
_서울대 법인화와 동일한 조건을 정부에 요구할 건가요.
"정부는 곧 법인으로 전환할 서울대와 거의 동일한 조건을 부산대에도 적용할걸로 보고 있어요. 서울대와 부산대는 법인화의 큰 틀은 같은 거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지방 국립대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법인화의 모양은 약간 다를수 있겠지요."
_올해 입학사정관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도록 자기주도적 학습을 한 학생을 주로 뽑았어요. 전체 모집인원의 10% 정도를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했어요.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을 중점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사교육을 안받은 발전 가능성 있는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_문제가 없다는 말인가요.
"잠재력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뽑는 데는 좋은 제도임에 틀림없지요. 하지만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들어가는 고비용 문제가 걸립디다. 그래서 나름의 대책을 마련했지요. 내년 입시부터 적용할 계획입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잠재능력 발굴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생각이에요. 서류 평가, 심층 면접, 종합 평가의 과정에서 인성과 적성, 발전 가능성, 전공수학능력 평가의 신뢰성을 제고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전형유형의 목적과 모집단위의 특성을 고려한 과제를 부여하는데 비중을 둘 작정입니다."
김 총장은 내년 입시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비롯해 다양한 개성을 학생들이 보다 많이 진학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하는 학생을 지원하는 튜터링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_정부가 국립대도 성과연봉제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국립대 성과연봉제는 모든 교수들이 대상이어야 합니다. 새로 채용하는 신참 교수만 하거나 테뉴어(정년보장) 교수는 제외하는 것은 안 돼요. 국립대 테뉴어가 전체의 절반이 훨씬 넘는 상황에서 이들을 뺀뒤 성과연봉제를 해선 제도 취지가 퇴색돼요. 부산대의 경우 지금도 성과급을 시행하고 있어요. 연구 등의 성과에 따라 교수별로 최고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해요."
_국립대를 광역권으로 합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요.
"막연한 산술적 통합은 대학 경쟁력 향상과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어요. 지역의 교육, 산업, 경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거점 대학은 전략적 차원에서 육성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대학은 큰 대학과 합쳐 지역의 특화발전을 견인하는 데 기여하는 게 마땅 합니다. 예를들어 한국해양대 같은 특성이 명확한 대학은 그 특화분야를 잘 살려 갈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_국립대가 가야할 방향은 어떤 걸까요.
"일단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해요. 국민과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명이 첫째이고, 어려운 가정의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켜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또 기초학문 및 보호학문 을 육성하는 일도 중요해요. 학문간 조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를 추구해야 하고, 창의적 인재양성과 연구를 통한 전문지식을 창출해야 합니다. 물론 지방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빼놓아선 안 됩니다. 지방 산학연의 허브 기능을 하고, 지방인재를 양성하고, 지방의 미래 전략을 주도해야 합니다."
김 총장의 꿈은 무엇일까.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부산대는 단순한 지방 국립대가 아니라 서울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최고의 국립대학을 만드는 일입니다. 8부 능선은 넘었어요."
kimjg@hk.co.kr
사진=이성덕기자 sdlee@h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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