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세종시 관련 법안이 정부종합청사 국무회의장에서 의결될 때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그토록 공들여왔던 세종시 수정 법안의 의결을 위한 국무회의를 왜 정운찬 총리가 주재하도록 했을까.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 논의를 한나라당에 맡긴 만큼 한 걸음 물러서 있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며 "청와대는 일단 한나라당 중진협의체가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당을 압박한다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지녔지만 국정책임자로서 갈등의 한 가운데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달 1,2번 국무회의를 주재했으나 의례적인 안건을 다루는 국무회의는 총리가 주재하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토착∙교육∙권력형 비리 등 3대 비리에 대한 척결 의지를 밝혔다.
정 총리에 대한 배려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9월 총리로 지명된 직후부터 세종시 문제 해결에 매달려온 정 총리는 지난 1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직접 발표했다. 그래서 한 동안 야당은 "대통령이 총리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충청권 설득에 진력하는 정 총리에게 이번 국무회의를 주재토록 하면서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학을 전공한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익과 국정 운영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대통령이 정쟁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듯한 모양새를 유지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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