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운동'의 배경엔 도시와 농촌간 개발격차, 이에 따른 빈부차이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레드셔츠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개발이 덜되고 소득수준이 도시근로자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북부 농촌지역 출신이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생계를 팽개치고 정권교체 시위를 벌이기 위해 방콕으로 몰려온 이유는 탁신 전 총리가 2001년부터 5년간 총리를 지내면서 펼쳤던 친 저소득층 정책들에 대한 '향수'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국 치앙마이 태생으로 남부지역 도시 엘리트층과는 성장배경이 다른 탁신 전 총리는 '포퓰리스트'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재임기간에 의료비 절감, 생계지원금 제공 등 많은 친 저소득층 정책을 쏟아냈다. 이와 달리 현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도시중산층에 포커스를 맞추는 정치를 펼쳤고, 상대적으로 소외된다고 느낀 북부지역 저소득층이 탁신의 복귀를 바라는 심정을 대규모 시위로 터트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태국'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태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면 아파싯 총리가 개발이 덜 된 농촌지역 주민을 달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파싯 정권 창출의 기반이 된 군부와 도시 중산층은 여전히 행복한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농촌 저소득층은 탁신 정권 때와 달리 많은 권리가 박탈됐다고 절실히 느낀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보도에서 '레드셔츠 운동'을 북부농촌과 남부도시 주민들의 갈등으로 묘사하면서 "탁신 정권아래에서 충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저소득층이 과거 회귀를 원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도시중산층을 대변하는 아파싯 현 총리와 농민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는 탁신 전 총리로 태국의 정치지도가 양분되어 있는 한, '레드셔츠 운동'과 같은 반정부 투쟁은 끊임없이 태국 민주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NYT는 "탁신 지지자들의 열망대로 조기 총선이 이뤄지면 친 탁신 세력이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때엔 탁신의 부정부패를 문제 삼으며 도시중산층이 아파싯 정권의 상징인 노란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다시 반정부 시위를 벌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도-농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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