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발간한 2007~08 프리미어리그(EPL)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잉글랜드 EPL 20개 구단들의 총 부채는 31억파운드(약 6조3,300억원)에 달했다. 엄청난 자금이 세계 최대의 축구시장인 EPL로 몰리고 있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었다. 이처럼 EPL이 어두운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금융 전문가들은 EPL 구단을'시한폭탄'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EPL의 어두운 그림자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12년 전통의 포츠머스가 지난 2월 8,400만 파운드(약 1,441억원)의 빚을 지고 파산, 프리미어리그 구단으로선 처음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포츠머스는 리그 우승 2회를 비롯 2년 전 FA컵 우승도 차지한 명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EPL 관계자들도 경악하며 긴장하고 있다. 5승4무20패(승점 19)로 최하위인 포츠머스는 법정관리로 인해 승점 9점을 벌점으로 받아 다음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강등이 불가피해졌다. 2부 리그로 강등되면 막대한 손실을 입기 때문에 포츠머스의 회생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EPL 구단들의 재정 위기는 빅클럽들도 예외가 아니다. 리그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엄청난 부채를 갚아나가는 데 급급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재벌인 글레이저 가문은 2005년 맨유를 7억9,000만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글레이저 가문은 은행에서 대출한 자금으로 무리하게 구단을 인수, 맨유는 그 순간부터 '빚더미'를 안게 된 것.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2009년 맨유가 부채의 이자로 낸 금액만 4,200만파운드(720억원)다. 글레이저 가문은 재정 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헤지펀드에서 14%에 달하는 고금리의 돈을 빌렸다. 본래 맨유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2,600만파운드였지만 갚아야 하는 원금이 늘어나자 이자 역시 불어났다. 이로 인해 맨유의 지난해 수익을 고스란히 이자액을 갚는데 써야 했다.
맨유는 엄청난 부채로 인해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를 팔아야 하는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빚더미에 앉은 맨유는 일단 5억파운드(8,580억원)에 달하는 채권 발행으로 급한 불을 끈 상태. 하지만 여전히 부채 상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 맨유의 서포터스들은 글레이저 가문을 비난하고 있다.
첼시와 리버풀, 아스널의 재정 상황도 맨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첼시가 5억1,160만파운드, 아스널이 2억9,700만파운드, 리버풀이 2억6,170만파운드의 부채를 안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진 EPL의 '몸 덩어리'는 위기를 좌초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고액 연봉이 구단 지출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다 EPL은 지난해 '핵폭탄급' 비보를 접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부터 15만파운드(약 2억5,700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들에게 50%라는 세금폭탄을 내렸다. 이 같은 세금한파는 대형스타들의 EPL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만약 선수들마저 등을 돌리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빚더미에 앉은 EPL구단들로선 총체적인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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