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사례는 더 조사해봐야 알겠습니다만, 우리나라 남녀들의 결혼 전 이상형 이성상은 다양합니다. 게다가 구체적이기까지 합니다.
20~30년 전 부모가 자녀에게 배우자감을 소개하던 시절에는 한두 가지만 고려해 혼인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당사자가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자유연애는 당연하고 본인 스스로 이성상을 정하는 등 이성 교제와 결혼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확 달라졌습니다. 이는 바라는 이성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성에게 참 다양한 조건을 요구합니다. 크게 사회ㆍ경제적 능력(학력, 직장), 신체적 매력(외모), 가정환경, 그리고 성격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부분을 얼마나 중시하느냐가 결혼 성사를 좌우한다고 하겠습니다.
흔히 남성은 외모를 본다고 하지요. 여성의 외모를 50% 이상 보는 어느 남성은 그동안 150차례 이상 선을 봤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물색 중'일 뿐입니다. 조건이 좋은 데도 결혼이 늦어지는 남성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처럼 외모를 많이 따진다는 점입니다.
반면, 세칭 명문대를 나와 전문직에 종사하는 어떤 여성은 가정환경에 집중한 부모의 권유로 화목한 집안의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그 남성의 조건은 평범했습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그녀의 남편감에 조금 모자란 편이었지요. 그래도 양가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조건은 비슷하건만, 누구는 결혼에 골인하고 또 누구는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배우자로서 조건을 점수화한 배우자지수가 70~80으로 비슷하고 미팅을 10번쯤 한 남녀 중에서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못한 사람의 이성상을 비교했습니다.
사회ㆍ경제적 능력, 신체적 매력, 가정환경, 성격 등 배우자 고려 조건 4가지의 합산치를 100으로 보고 결혼성공자와 미성공자를 살폈더니 중점을 두는 조건이 다르게 나타나더군요.
남성과 여성 공히 결혼 성공자들은 가정환경을 더 많이 봤습니다. 미성공자들은? 성격 쪽으로 더 기울고 있었습니다. 결혼에서는 성격적인 조화가 중요하다는 관념 때문인 듯합니다. 그런데, 결혼 성공자들은 가정환경을 더 중시한다니…, 이론과 실제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결혼 성공자들이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성격을 배제했다는 의미는 물론 아닙니다. 원만한 결혼생활에서 성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는 결혼 생활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짧은 교제기간 동안 제대로 성격을 파악하기 힘들고, 성격이라고 하는 것도 대부분은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성격을 보고 결혼했다가 서로 안 맞아서 이혼한 한 남성은 재혼에도 실패했습니다. 사귈 때 성격과 부부로 맺어진 뒤 알게 된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하더군요. 성격이 중요하다? 결혼해서 20~30년을 함께 살아본 이들의 경험담인 셈입니다.
성격을 섣불리 판단하느니 개인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가정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서로에게 적합한 결혼상대를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 성격은 만남 당사자들끼리 파악할 수밖에 없으나, 가정환경에는 가족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있으므로 좀 더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두 가정의 특색과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면 결혼 성사는 물론 이후 결혼 생활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 가능하다는 것이 20년 이상 중매 경험에서 터득한 일종의 진리입니다.
■ 남녀본색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배우자지수가 70~80으로 조건이 비슷한 남녀 회원들 중 최근 10년 간 결혼한 1305명(남 664·여 641명)과 미팅을 10번 이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못한 1429명(남 637·여792명)의 배우자 조건 중요도를 분석, 두 그룹을 비교했다.
두 그룹의 가장 큰 차이는 결혼성공자들은 가정환경을 중시한 반면, 미성공자들은 성격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가정환경 중시도는 결혼성공자 그룹이 남성 21.0%, 여성 20.4%로 미성공자그룹보다 남성 2.9%, 여성은 1.5%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비해 성격 중시도는 결혼미성공자 그룹이 남성 23.4%, 여성 28.7%로 성공자그룹에 비해 남성 2.8%, 여성은 7.4% 더 높게 나타났다.
참고로 두 그룹 모두 남성은 신체적 매력, 여성은 사회·경제적 조건을 가장 중시한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사회통념을 고스란히 증명한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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