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쓸 때마다 헷갈린다. 8,848인지 8,850인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높이 말이다. 우리가 학창시절 본 지도 책에는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예외 없이 8,848m로 나와 있었다. 그래서 백두산은 2,744m, 에베레스트는 8,848m가 하나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세계 최고봉에 오르려는 염원을 담아 전화번호로 8848번을 사용한 산악인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8,850m가 통용되고 있다. 이는 1999년 미국의 에베레스트 탐사대가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측량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지도 제작자 브래드포드 워쉬번이 이끈 탐사대는 당시 에베레스트의 바위 높이는 8,850m이며 눈, 얼음의 두께가 1m 정도 되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이후 에베레스트의 높이로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8,848m는 1955년 인도탐사대가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 산 아래의 두 지점이 각각 산 정상과 이루는 각도를 측량해 높이를 잰 것이다.
한편 중국은 2005년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8,844.43m로 측정했다고 밝히고 이후 이를 공식 높이로 사용하고 있다. 당시 중국은 탐사대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려 빙설탐측레이더로 높이를 쟀다고 밝혔다.
에베레스트의 높이는 이처럼 측량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이 지역의 활발한 지질 활동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에 따라 히말라야 지역의 지질 활동 때문에 에베레스트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고 낮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또 산의 위치가 조금씩 이동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한국의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지도에는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여전히 8,848m로 표기돼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있는 산은 직접 측량을 해서 높이를 정하지만 에베레스트와 같은 외국 산은 측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부터 사용한 수치를 그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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