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가들과 운동선수들이 그렇듯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팬들에게 가장 좋은 기억으로만 남고 싶다."(보컬 클라우스 마이네)
지난 1월 데뷔 38년 만에 공식 해체를 선언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 록그룹 스콜피언스. 보컬 클라우스 마이네와 기타리스트 루돌프 쉥커가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룹 해체에 얽힌 뒷이야기와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최고의 자리에서 떠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스콜피언스는 'Holiday'와 'Still Loving You' 'Wind Of Change' 등 히트곡으로 한국에도 수많은 팬들이 있다. 스콜피언스 멤버 5명은 이미 약속된 세계 50개국 순회 공연을 마치는 2013년부터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스콜피언스의 해체 논의는 23일 발매되는 새 앨범 'Sting In The Tail' 작업 중에 불거졌다. 작업 와중에 스콜피언스의 매니저가 "이보다 더 훌륭한 앨범을 앞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멤버들에게 던진 것이 계기였다. 쉥커는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한 매니저가 우리들보다 더 많은 것을 더 넓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우리에게 제때 제대로 된 화두를 던졌고, 우린 그의 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무대에서 미친 듯 뛰고 날고 있지만 4~5년 뒤에도 우리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었다는 것이다. 마이네는 "나중에 힘이 부족해서 시들시들한 공연을 하고 싶지 않다. 팬들로부터 '쟤들도 한때는 대단했는데'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박수 받을 때 무대를 떠나겠다는 것.
40년 가까이 활동해온 두 사람은 구소련 해체 전인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대통령의 초청으로 간 모스크바 공연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마이네는 "우리 부모 세대는 무기를 들고 소련과 맞섰는데 우리는 기타를 들고 방문했다. 대단히 영광스런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고르바초프 앞에서 공연한 팀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분단국가 한국에서 쌓은 추억도 떠올렸다. 마이네는 "휴전선 부근에 간 적이 있다. 우리 세대는 분단의 아픔을 겪어서 한국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며 "꼭 남북통일이 돼서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쉥커도 "남과 북의 현실이 안타까워 요즘도 생각 날 때마다 갈라진 땅과 사람들이 다시 만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공연 당시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 환호하던 사람들, 괴물처럼 쭉쭉 성장해 가던 서울의 모습도 그려진다"고 덧붙였다.
그룹은 해체되어도 이들의 음악 여정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네는 "언제까지나 뮤지션으로 살며 노래도 많이 만들 것"이라고 밝혔고, 쉥커는 "동생과 음악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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