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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韓銀총재 내정자 "정책 선택은 대통령 몫"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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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韓銀총재 내정자 "정책 선택은 대통령 몫" 발언 논란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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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차기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OECD대사)의 발언을 두고,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16일 한은 총재 내정 발표 이후 OECD대표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가와 성장 중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맞는 말"이라는 의견과 "걱정스럽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잦은 충돌

역사적으로 대통령과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를 놓고 갈등을 빚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1960년 당시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리처드 닉슨은 대선에서 존 F 케네디에게 지고 난 후 윌리엄 M 마틴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당신이 금리를 올려 내가 졌다"고 푸념했다.

이 경험을 잊지 않았던 닉슨은 68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아서 번즈 당시 Fed의장에게 금리인하를 요구했고, 이는 70년대 후반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법적으로 보장됐지만 청와대와의 마찰은 존재했다. 대선을 앞둔 2002년 한은이 콜금리를 인상하려 하자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마찰은 계속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한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정부가 노골적 불쾌감을 표시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기획재정부 차관이 금융통화위원회에 열석발언권까지 행사하며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로부터의 독립 아니다"

김 내정자의 발언 취지에 공감하는 쪽은 '한은의 독립성'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과거 재정부 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맡아 통화정책은 물론 기관 자체의 인사까지 좌지우지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관 운영의 독립성은 보장돼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 국장은 "Fed규정에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나와 있다"며 "정부는 같이 공조하고 협의하는 상대로 봐야지, 거기에서 떨어지는 것을 독립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내정자의 발언 의도는 한은이 독자적으로 금리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 결과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실상 국가 전체가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은법에 어긋난 발언"

그러나 김 내정자의 발언이 법으로 보장된 중앙은행의 독립성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우려도 많다. 경우에 따라선 한은총재가 대통령의 요구에 반해 금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Fed의장은 조지 부시(아버지) 행정부 시절 백악관의 금리인상억제 요구를 거부했으며,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은 "그린스펀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은법에는 한은의 목표가 물가안정이며 통화정책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면서 "한은 총재는 한은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물가와 성장이 상충될 때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한다'는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인사는 "정부나 측근 출신이 아니어서 무난한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듣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도 17일 자료를 내고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라는 김 내정자의 인식으로는 결코 한은 독립을 이뤄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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