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16일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사형집행 시설을 설치하라고 지시하자 정부가 사형집행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길태 사건 이후 여권 일각에서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을 촉구한 뒤 나온 주무 장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작심한 듯 발언했다. 사형집행 시설 설치 지시에 대해 그는 "사형집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종전까지 사형집행에 대해 법무부가 보였던 신중한 태도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흉악범들을 엄중 격리할 필요가 있다. 다른 교도소에 수감중인 흉악범들을 이곳(청송제2교도소)에 수용토록 하겠다"고도 했다. 흉악범들을 어떤 식으로든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형집행이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사형제 및 사형집행에 대한 반대여론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사형집행이 여론에 의해 좌우될 경우 법집행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23명을 한꺼번에 사형시킨 후 13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사형집행 국가와는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고, 11월 G20 정상회의도 앞두고 있어 사형집행에 따른 외교적 부담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내에서도 외교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실제 사형집행 여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지만, 아동 성폭행범 등 흉악범에 대한 관용 없는 처벌의지를 밝힌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보호감호제 재도입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1980년 12월 도입된 보호감호제는 '이중처벌, 과잉처벌' 논란으로 2005년 8월 폐지됐다. 이 장관은 "과거의 보호감호제는 형 집행과 사실상 동일하게 운영된 게 문제였던 만큼, 보호감호제를 새롭게 만들려 한다"고 말했으나, 새로운 방안이 뭔지는 쉽게 짐작이 안 된다.
2004년 폐지법안 제출 당시 국회는 "보호감호제는 징역형의 대체형에 불과한 데다, 본래의 기능을 하지도 못하고 있는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지봉(법학) 서강대 교수는 "보호감호는 그 자체로 신체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한하는 제도"라며 "최근 김길태 사건 등 성범죄에 대한 비난 여론에 편승해 필요성도 없고 이중처벌 논란이 있는 보호감호제를 부활시키려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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