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코스닥시장에 데뷔한 ‘미래에셋기업인수목적회사(SPAC) 1호’. 상장 첫날부터 나흘 연속 상한가를 치더니 17일 공모가(1,500원) 대비 80%나 오른 2,690원까지 치솟았다. 18일에도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날 거래소가 내린 ‘투자주의’ 경보에도 가격제한폭 직전인 3,050원까지 치솟았으나, 폐장 때는 전날보다 6.69% 내린 2,510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SPAC 1호인 ‘대우증권그린코리아SPAC’은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3,525원(8일)에서 3,705원(15일)까지의 구간에서 공모가(3,500원) 수준을 맴돌고 있다.
똑같은 SPAC인데도 두 회사의 주가 움직임이 천양지차인 이유는 뭘까. 미래에셋 SPAC의 투자매력이 대우증권 SPAC보다 월등하기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이다. 미래에셋 SPAC(자본금 15억원, 공모금액 200억원)이 대우증권 SPAC(자본금 76억원, 공모금액 875억원)보다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폭등할 이유는 전혀 없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마저 “주가가 이렇게 급등할 이유가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PAC은 장외기업을 인수ㆍ합병(M&A)하고 우회 상장시켜 수익을 내는 서류상의 회사. 따라서 M&A 작업이 가시화하기 전에는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A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전까지는 주가가 공모가 수준에서 횡보하는 게 정상”이라며 “상장 초기부터 이유 없이 급등하는 건 ‘이상 과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없는데도 폭등하는 만큼, 증권업계에서는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 SPAC의 주가를 끌어올린 건 개인들의 ‘바이 SPAC’ 열풍이었다. 상장 이후 닷새 동안 기관은 149만주를 팔아 치운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200만주를 순매수했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PAC 투자를 염두에 둔 투자자에게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상장 후 1년 가량 지난 뒤 SPAC이 초우량 기업의 발굴에 성공한다면 원금의 몇 배 수익도 낼 수 있지만, M&A에 실패한다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M&A에 실패해도 투자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오해한 일부 투자자들이 ‘묻지마’ 식으로 매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자금의 95%를 외부에 맡기기 때문에 공모 투자자는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 수준의 돈을 돌려받지만, 이상 급등한 주식을 시장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상 급등 현상이 SPA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증권(현대PwC드림투게더SPAC), 동양종금증권(동양밸류오션SPAC)이 이달 19일과 25일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에 SPAC을 상장시키고,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 등이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데 ‘2호 SPAC’의 이상 행보가 이어질 경우 일정의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SPAC이란= 장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목적으로 세우는 서류상의 회사. 공모 등의 방식으로 일반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해 증시에 상장한 뒤, 비상장 우량 기업을 합병해 우회 상장시켜 투자 차익을 노린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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