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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의 '더티 플레이'/ 심판 매수해 연고전 승리…고려대 前감독 영장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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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의 '더티 플레이'/ 심판 매수해 연고전 승리…고려대 前감독 영장 신청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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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연세대와 고려대간 정기전 축구 경기. 3년 내리 연세대에 무릎을 꿇었던 고려대 축구팀 선수들은 자존심 만회를 위해 필사적이었다. 대학 라이벌전답게 양교 학생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 선수들의 몸싸움도 격렬해졌는데, 주심과 부심은 연세대 선수들의 반칙만 집중적으로 휘슬을 불었다.

급기야 연세대 감독이 "고려대 선수들의 파울은 왜 불지 않느냐"며 항의하다 후반전에 아예 퇴장당했다. 결국 전후반 한 골씩 넣은 고려대의 2대1 승리. 4년만의 설욕에 고려대 선수와 학생들은 환호했으나 이 뒤엔 '심판 매수'라는 추악한 거래가 있었다.

1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당시 고려대 축구부 감독 김모(42)씨는 지난해 8월께 대한축구협회 김모(68) 경기분과위원에게 자신과 친분이 있는 심판을 연고전에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이 경기 주심이 김씨와 선수생활을 함께 했던 고교 선배 이모(43)씨로 결정되자 김씨는 답례로 김 위원에게 90만원을 건넸다.

시합 전날 지방에서 올라온 이씨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씨는 서울역까지 마중 나가 저녁을 대접하면서 "내일 경기에서 꼭 이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이전에도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며 이씨에게 세 차례 180만원을 건넨 적이 있었다. 이씨의 편파 판정 덕에 연고전에서 승리한 김씨는 한달 뒤 이씨에게 1,000만원, 부심을 맡은 윤모(41)씨에게 500만원을 각각 건넸다.

김씨의 심판 매수는 연고전만이 아니었다. 2005년 고려대 축구부 코치를 맡았다가 2008년 감독으로 발탁된 김씨는 그 해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각종 대학축구대회에 참가하면서 심판과 축구협회 관계자 등 모두 11명에게 20만~1,000만원씩 총 17회에 걸쳐 2,380만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매수 덕택에 고려대 축구팀은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개 대회에 출전해 3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심판매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도 동원됐다.

선수단 학부모회 송모(53) 회장과 박모(49) 총무는 다른 학부모 45명에게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상습적으로 돈을 거둬 김 씨에게 주거나 직접 심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선수단 운영비로 모은 돈은 5억8,000만원. 김씨는 이중 2,380만원을 심판 매수에 썼고, 개인 용도로도 8,300여만원을 빼돌렸다. 김씨는 지난해 말 계약만료로 학교를 떠난 상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김씨를 배임수재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 이씨와 학부모 2명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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