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야권에서는 옛 정치적 동지 간의 신경전이 증폭되고 있다. 지역 기초단체장 자리를 놓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옛정은 간 데 없다.
민주당의 대표적 친노 인사 백원우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시흥시장선거 문제 때문에 발끈했다. 상대는 갚은 친노 그룹의 선배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연은 이렇다. 1997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셨던 백 의원은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김윤식 민주당 후보를 시흥시장에 당선시켰다. 김 시장 역시 2001년 노 전 대통령 캠프에서 일했던 친노 성향 인사이다.
그런데 유 전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참여당 후보가 17일 경기 시흥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후보는 재보선 당시 김 시장의 선대위 대변인을 지낸 뒤 지난 1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에 백 의원은 "우연인지 전략적 선택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위 친노 정치인이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을 선택해서 제일 처음으로 공천을 발표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참여당과 유 전 장관이 자신을 겨냥해 표적 공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측은 손사래를 친다. 참여당 경기도당 이강진 위원장은 18일 "경기 기초단체장 후보가 4명인데 유 전 장관은 각 후보의 출마 선언에 동석하기 위해 시흥에 갔을 뿐 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야권의 선거연합 논의인 '5+4' 회의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11곳에 공교롭게도 정세균 대표와 각을 세워온 비주류 인사들의 지역구가 포함됐기 때문. 양보 지역에 포함된 서울 광진구는 대표 경선에 출마한 적이 있고, 노동관계법 강행 처리로 당원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이다. 또 경기 하남시는 비주류 국민모임에서 정 대표의 사조직 문제를 제기했던 문학진 의원 지역구이다.
비주류 의원 측은 "사전에 전혀 협의도 없었다"며 "지역 당원들은 상당히 격앙돼 있고 납득 못할 조치라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물론 당 주류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차원에서 합의한 것일 뿐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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