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인터넷 소설로 출발,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옥탑방 고양이'가 연극으로의 변신을 꿈꾼다. 27세 남자, 25세 여자가 벌이는 동거의 현장이 로맨틱 코미디를 탈피, 88만원 세대의 고민과 항변의 자리로 거듭난다.
두 사람의 톡톡 튀는 대사는 여전히 즐겁다. 코딱지만한 옥탑방이 지리멸렬한 땅 위의 삶을 굽어볼 수 있는 가난의 공간으로, 차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발견해 가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가능성을 현실화해 주는 유예기간으로서의 동거는 서로를 확인하고, 결함을 집어내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이 이래저래 알려졌다는 사실은 진정한 연극성으로 가야 하는 현실적 이유이기도 하다. 연출자 김태형씨는 "이 무대 최대의 초점은 속도감 있는 전환"이라고 연출 전략을 언급하고 "희극적으로만 각인된 옥탑방이란 공간이 실제 얼마나 불편한지를 사회적 시각으로 짚어보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양이 역을 하는 두 명의 배우가 따로 등장하는 것도 연극 버전만의 재미다.
더블 캐스팅이다. 가상 결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 '우리 결혼했어요'로 화제를 모았던 이선호와 영화와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린 황보라가 한 커플로, 뮤지컬 배우 이경민과 영화배우 남정은이 다른 커플로 나온다. 4월 6일~5월 30일, 대학로 SM틴틴홀.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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