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Edges of illusion (part Ⅶ)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Edges of illusion (part Ⅶ)

입력
2010.03.19 06:03
0 0

바다에 가라앉은 기타,

갈치 한 마리 현에 다가가

은빛 비늘을 벗겨내며 연주를 시작한다

소리 없는 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부끄러워져

당분간 손톱을 많이 키우기로 마음먹는다

백 개의 손톱을 기르고 날카롭게 다듬어

아무 연장도 필요 없게 할 것이다

분산(奔散)된 필름들을 손끝으로 찍어모아

겹겹의 기억들 사이에서

맹독성 도마뱀들이 헤엄쳐나오도록 할 것이다

달의 발바닥이 보일 때까지

바다의 땅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나도 나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네가 고양이처럼 예쁜 얼굴을 하고 딸꾹질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보라색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생선이 되어 너의 입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무 미동도 없이,

고요하게

어른이 되고 싶었다

● 지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죠. 거기 하늘에는 늘 한번도 보지 못한 무늬 같은 게 그려져 있으니까요. 고개만 들면, 우리가 얼마나 광활한 공간 속을 날아가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오래 전에 우주란 거대한 악보가 아닐까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거기에는 숫자들이 숨어 있지요. 별들의 운행 주기라든가 밝기 같은 것들. 그 숫자들을 잘 배합하면 음률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반대로 이따금 음악을 들을 때면 무한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우주의 가장 먼 모서리의 풍경 같은 것이나 혹은 바다 속 깊은 곳, 빛이 미치지 않는 곳의 일 같은 것들. 아름다움은 불가사의한 것들에서 나오죠.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