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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이 숨진 이 양의 어머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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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이 숨진 이 양의 어머니라면

입력
2010.03.1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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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에 왜 불만이 없겠습니까. 할 말은 많지만…."

15일 기자와 만난 이유리(13)양 어머니 홍모(38)씨는 세상에 대한 배신감에 울고 또 울었다. 딸이 실종된 후 집 주변에서 수색 중이던 경찰관을 자주 만났다고 한다. "경찰관들도 고생하는 건 알지만 건성으로 일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그랬다. 얼마나 부실하게 수색했는지 기자가 증거물을 발견해 경찰에 넘기는 일까지 생겼다. 그들이 이양 부모라면 그렇게 했을까.

우여곡절 끝에 범인이 검거됐지만 김길태 팬 카페는 홍씨에게 또 다른 충격을 줬다. 어머니는 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울부짖기까지 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고 했지만 너무 황당한 일이다 보니 그럴 기운조차 없단다. 어머니와 동행한 사람은 말했다. "그들이 이양 부모라면 이런 글을 올린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양이 살해되기 한 달 전에도 동네에서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김길태의 검거 기회를 놓친 데 대해 언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한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전국에 지명수배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어이없는 강변에 한숨이 나왔다. 당신이 이양 부모라도 과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조두순 사건 때도, 예슬 혜진이 사건 때도 이번만큼 온 사회가 떠들썩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홍씨는 "범죄자들을 제대로 관리했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에 큰 기대는 안 하는 눈치였다. "제대로 법이 제정돼 집행만 돼도 이렇게 계속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텐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정치인과 관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묻어났다. 묻고 싶다. 그들이 이양 부모라면 이렇게 남 일 보듯이 할까.

강철원 정책사회부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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