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의 고객 개인정보가 중국 해커들에게 유출돼 불법 유통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 중에는 대형 통신사와 유명백화점 등의 고객정보도 무더기로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6일 중국 해커로부터 국내업체 고객정보를 구매해 영업에 이용하거나 이를 다른 사람에게 되판 김모(27)씨와 또다른 김모(22)씨, 이모(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고객정보를 해킹당한 업체 가운데 중고차거래사이트 대표 김모(32)씨와 내비게이션업체 대표 이모(45)씨도 개인정보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입건했다. 고객정보 유출 책임을 물어 업체 대표를 사법처리한 것은 처음인데, 2008년 9월부터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보호의무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모 통신사 고객 모집 영업을 해온 27세 김씨는 지난해 10월께 중국 해커로부터 경쟁사인 다른 통신사 고객정보 14만여건을 200만원에 구입해 가입자 유치 전화영업에 이용했고, 같은 해 11월 또 다른 영업직원 이씨에게 이 정보를 300만원에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거래한 통신사 고객정보에는 주민번호와 주소,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요금 자동이체를 위한 은행계좌번호까지 담겨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통신사의 고객정보는 지난해 8월께 고객 모집을 대행해주는 영업점 한 곳이 해킹당해 유출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함께 입건된 22세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해커에게 100여만원을 주고 모두 15개 업체 1,000만건의 고객정보를 사들여 국내에 되팔아 1,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불법 유통한 고객정보는 유명 중고자동차거래사이트, 내비게이션 업체, 대부업체, 인터넷 쇼핑몰, 화상채팅사이트, 대리운전업체, 도박사이트, 음란사이트 등의 인터넷 회원 정보였다.
앞서 인천지방경찰청은 10일 신세계몰과 아이러브스쿨 등 25개 업체의 인터넷 회원정보 2,000만건을 중국 해커한테 구입해 유통시킨 최모(25)씨 등 3명을 적발했다. 또 대전지방경찰청은 9일 7개 업체 650만건의 회원정보를 역시 중국 해커에게서 사들여 판매한 채모(29)씨를 입건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적발 건수와 합치면, 중복된 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44개 업체, 3,100여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인터넷 이용자들이 여러 사이트에 가입해 있는 점을 고려해도 적어도 1,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중국 해커들을 검거하기 위해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 해커 조직이 10여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정보를 해킹해 판매하면, 스팸 문자를 발송하거나 텔레마케팅 영업을 하는 업체 직원들이 주로 사들인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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