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의심자 "밀수출 연루 말하면 밟아 죽일 것"

국내에서 탈레반 활동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인 A(31)씨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던 다른 파키스탄인을 매우 험악한 말로 협박해 자신과 관련한 진술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중장비 밀수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다른 파키스탄인 G씨에게 "모두 너 혼자 밀수출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파키스탄에 있는 너희 가족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을 가했다. G씨의 밀수출 과정에서 자신이 일부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내 밑에 동생들과 팀이 있다. 그들에게 지시하면 너를 죽일 수도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A씨는 G씨의 지인, 곧 제3자까지 협박에 동원했다. 석 달 뒤 그는 또 다른 파키스탄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하라고 G에게 전하라"며 "죽이기 전에 한 번 더 경고하는데, 안 그러면 G는 개미처럼 밟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내 앞에 나타나면 이가 다 뽑힐 각오를 해야 할 것" "모든 친척들을 다 죽이겠다"는 무자비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위명(僞名)여권을 이용해 종교비자로 2003년 국내 입국한 뒤, 대구의 이슬람사원에서 성직자로 활동해 온 A씨는 전날 출입국관리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과 경찰은 그가 국내에서 탈레반 활동을 했다는 첩보에 따라 구체적인 증거를 계속 추적 중이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