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에 대해 MBC 노조가 18일 "사퇴운동 등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김 이사장이 17일 발행된 '신동아' 4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MBC 인사는 "좌파 대청소"를 목적으로, 자신이 밑그림을 그렸다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MBC 노조가 더욱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김 이사장이 MBC 인사에 상위 권력기관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처럼 언급했다는 점이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인사가 아닙니다. 큰집도 (김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라며 인사의 배후에 '큰집'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이 '큰집'에 갔다 왔는지를 묻자, 김 이사장은 "큰집에 들어갈 수 있어? 밖으로 불러내서…"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큰집은 다른 권력기관이 아닌 방문진을 의미한다. MBC의 입장에서 보면 방문진은 큰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MBC 노조는 김 이사장이 말한 '큰집'은 청와대라며 이날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 시나리오가 청와대의 총괄 지휘 아래 이뤄졌다는 게 확실해졌다"며 "청와대는 누가 김재철 사장의 '쪼인트'를 깠는지, 이를 총지휘한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그런 일 하지 않는다"라며 김재철 MBC 사장을 만난 청와대 인사도 없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또 "김 이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면 투쟁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방문진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 이사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도 어떻게든 김 이사장이 집무실에서 일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김재철 사장에 대해서도 "'청소부' 노릇을 한 것이 수치스럽고, 어떻게 해명을 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출근 저지 투쟁을 재개할 방침을 밝혔다. 신동아는 김 이사장이 "… 대학살이 시작됐죠.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이사장은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야"라며, 김재철 사장을 MBC에서 진보세력을 밀어내기 위해 이용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는 또 김 사장 취임 이후 MBC 인사에 대해 "대체적인 그림은 (내가) 만나서 그려줬지. 사장으로 선임하자마자 바로 불러서 얘기했어요. 김 사장은 내 면전에서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고"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대학살' 시점으로 지목한 지난 8일은 MBC가 19개 지역MBC와 9개 자회사 사장 등에 대한 대폭 인사를 한 날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신동아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와 관련해 권력기관의 어느 누구와도 협의한 적이 없으며, '큰집' 사람을 한 명도 만난 적 없다"며 "'청소부'라는 말을 들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이사장에 대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방문진 내부에서도 김 이사장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다. 방문진의 야당측 이사 3명은 이날 김 이사장 사퇴 문제 논의를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한상혁 이사는 "김 이사장의 인터뷰 발언은 방문진 이사장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 9명 중 5명 이상이 소집 요구에 동의해야 하는 방문진 규정상 긴급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방문진은 이 문제를 19일 열릴 예정인 임시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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