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공중전화기 부근, 버스정류소 등지에서 서성이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깊다. 30대 초중반의 흑인이다. 키는 180㎝에 단단한 체격을 가졌다. 여성들을 뒤따라가 창문을 잠그는지, 언제 홀로 있는지 등을 면밀히 관찰한 뒤 범행을 저지른다. 그는 미국 경찰이 13년째 쫓고 있는 성폭행범이다.
미국 경찰은 ‘동부해안의 성폭행범’인 그의 면면을 잘 알고 있다. 유전자(DNA)까지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그의 이름, 거주지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미국 수도 워싱턴시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성폭행을 저질러 온 그가 2년여 만에 다시 범행을 재개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31일 할로윈축제날 버지니아주 데일시에서 10대 소녀들을 성폭행한 것. 10대 소녀 3명을 권총으로 위협해 숲 속으로 데려간 뒤 이 가운데 2명을 유린했다. 당시 경찰은 신고 직후 현장에 출동했지만 범인을 잡는 데 실패했다. 채취한 DNA는 역시 그의 것과 일치했다. 앞서 2007년 1월 코네티컷 주 27세 여성을 성폭행한 지 2년여 만에 재등장 한 것이다.
경찰은 그가 지난 1997년 1월 5일 첫 범행을 시작한 이후 13년 동안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등 미 북동부 4개주에 걸쳐 총 17차례에 걸친 폭행과 그 중 최소 12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고된 사건만으로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았거나 DNA가 발견되지 않은 범행도 많아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범인이 잡힐 때까지 범행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치안을 강화하고 있다. 2001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성폭행 당한 여성은 “범인은 먹이를 찾고 있는 사자 같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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