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제대로 수상 소감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제대로 말하고 싶군요. 그 자리에서 조지 클루니가 자신의 영화 '오션스 일레븐'보다 훨씬 나은 영화라고 칭찬해주더군요."(루이 시호요스 감독)
지난 8일 제82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의 감독 루이 시호요스와 제작자 찰스 햄블턴이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은 17일 오후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 제작과 아카데미 수상 뒷이야기 등을 전했다.
'더 코브'는 일본의 타이지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돌고래 사냥을 고발한다. 매년 9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이곳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돌고래 학살 장면을 스크린에 담았다.
시호요스 감독은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돌고래 학대 현장을 찍기 위해 수중 촬영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일명 '오션스 일레븐' 팀을 구성했다. 영화를 찍기 전 "동물과 관련된 영화는 만들지 마라. 당신을 죽일 만한 내용이면 그 영화를 하지 마라" 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조언도 시호요스 감독을 말리지 못했다. 그의 카메라는 돌고래 고기 유통에 개입한 야쿠자의 활동 등 추악한 이면을 들춰낸다. 돌고래 고기가 수은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시호요스 감독은 "제작팀 일부가 수은에 오염됐을 정도"라며 "영화 속 내용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중국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위협을 무릅쓰고 몰래 찍은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는 등 수많은 트로피를 거둬들였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시호요스 감독은 "아직 250만달러의 빚이 남았다. 돈 내고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 달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 영화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고래 고기를 먹지 말라는 우리의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는 것입니다. 6월 일본에서 개봉하는데 고래 사냥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특히 일본에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더 코브'는 지난해 11월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었다. 시호요스 감독은 "기자회견 때 '아바타'보다 훨씬 더 많은 기자들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영화제 상영회에는 많은 '나쁜 사람들'이 자리를 지켰다"는 말도 했다. "타이지의 시장과 영화 촬영을 반대했던 사람도 있었고, 돌고래 사냥꾼들과 그들의 변호사들도 앉아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일본에서 소니픽처스가 배급을 하려 했으나 돌고래 사냥꾼들이 자살할까 봐 우려를 했습니다. 결국 그 사람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목소리를 변조해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시호요스 감독과 햄블턴은 방한 기간 동안 환경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울산을 방문해 고래고기 판매 밀집 지역과 고래박물관 등을 찾을 예정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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