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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 발 찍은 민주당의 '묻지마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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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 발 찍은 민주당의 '묻지마 영입'

입력
2010.03.1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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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없는 묻지마 영입이 결국 볼썽사납게 마무리됐다."

성희롱 전력 논란을 빚은 우근민 전 제주지사 공천 배제 결정이 내려진 16일 밤 민주당의 한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영입 발표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 전 지사 문제가 2주 만에 일단락됐지만 민주당에는 큰 생채기를 남겼다.

이번 사태는 안이하고 그릇된 당 지도부의 인식에서 출발했다. 6ㆍ2 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장 중 한 곳이라도 더 확보하자는 욕심 때문에 제주지사 선거 레이스에서 선두권을 달리던 우 전 지사를 영입하게 됐다.

영입 직후 당 안팎에서 비판론이 제기될 때마다 당 지도부는 "제주도민이 문제가 없다고 인정해줬다. 우 전 지사 본인이 충분히 사과했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다 김길태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수도권 선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자 "우 전 지사가 사과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며 그를 내친 것이다.

우근민 사태의 시작도 정치공학적 계산이었고 그 끝도 정치공학적 판단이었다. 한마디로 감동이 없는 정치였다. "이명박 정부는 1등 지상주의를 추구한다"고 비판하던 민주당이 '선거에서 1등만 하면 지탄을 좀 받아도 괜찮다'는 자세로 버틴 게 근본적 잘못이다.

게다가 당 지도부 가운데 누구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우 전 지사 영입에 앞장섰던 한 인사는 17일에도 "성추행범이 아닌 성희롱일 뿐"이라는 논리로 여전히 우 전 지사를 옹호했다.

진보의 무기는 도덕성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 무기를 팽개쳤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도덕성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민주당 지도부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민주당이 처절히 반성하지 않는다면 야당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정상원 정치부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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