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크레이그 룬드버그(24ㆍ사진)씨는 혀로 사물을 본다. 퇴역한 미군 소장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브레인포트’라는 장치 덕분이다.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달린 선글라스와 혀에 부착하는 막대 사탕 모양의 장치로 이뤄진 이 기구는 이미지를 전기자극으로 변화해 혀에 전달하는데, 따끔거리는 자극의 정도에 따라 뇌에 시각적 신호가 형성된다. 룬드버그씨는 “건전지를 빨거나 톡톡 튀는 사탕을 먹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자극은 흰색, 무자극은 검은색, 중간 정도의 자극은 회색으로 인식되는 등 전기 자극이 룬드버그씨에게 2차원 흑백이미지로 보이게 된다. 이미지 해석에는 충분한 사전 훈련이 필요하다.
장치 개발자인 게일 폴록 소장은 “현재 시각정보를 400포인트의 자극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이를 4,000포인트로 업그레이드해 더 선명하게 영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제품 장착에는 장치와 훈련비용을 포함 1만8,000파운드(약 3,100만원) 가량 소요된다.
2007년 이라크 바스라에 파병 군인이었던 룬드버그씨는 순찰 도중 수류탄 폭발로 시력을 잃었는데, 이제 남의 도움 없이 혼자 걸어 다닐 수 있고 간단한 글도 읽을 수 있다. 전처럼 손으로 더듬거리지 않고 물건을 집는 일도 가능해졌다.
룬드버그씨는 “브레인포트는 아직 시제품지만 내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며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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