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내놓은 법원제도 개선안에 대해 법원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지난달 발표돼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초안을 조금 바꾸긴 했으나, 여전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치적 논의에 그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법관 인사와 관련된 의결기관으로 법관인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법원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나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이 추천한 위원이 인사권을 가질 경우, 외압을 막아주며 일선 법관의 독립성을 지켜주던 사법부의 중요기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입법,행정,사법부를 별개 기관으로 두는 것은 권력의 집중을 막고 상호견제를 하자는 것인데,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나눠가진다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한 고법 부장판사도 "외부위원이 인사권을 행사하면 법관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판결을 통한 행정부와 입법부 견제라는 역할이 훼손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함께 최종안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법관의 수를 14명에서 24명으로 늘리는 부분이다. 지난해 대법원으로 넘어온 상고건수가 3만 건을 넘어섬에 따라 대법관 12명(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제외)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 해도 한 명이 매일 처리할 사건은 7건 이상. 이로 인해 정작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는 공을 들이기 힘들다는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법관의 현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대법관을 10명 증원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관이 법률심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는 아예 대법관 30~40명을 증원하거나, 미국처럼 상고허가제를 도입해 대법원으로 올라오는 사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또한 대법관 임명자격 요건을 애초 '15년 경력, 40세 이상'에서 '20년 경력, 45세 이상'으로 강화하되 3분의 1정도는 검사, 변호사 등 비법관 출신으로 하는 방안을 함께 제출했다.
특위는 신규법관 임용과 관련해 지난달 발표된 초안대로 '10년 이상의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에서 법관을 중용한다는 법조일원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전면실시 시점을 초안의 '5년 내'에서 '10년 내'로 미뤘다. 5년 내 법조일원화 전면실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법원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판사들이 사표를 던지고 변호사 개업을 하는 상황에서, 능력 있는 외부인사가 연봉감소 등 불이익을 감수하고 법관을 지원하도록 만들 방안이 무엇이냐는 근본적 물음에는 여전히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법연구회 논란과 관련, 특위는 애초 사조직에 대한 법규정을 따로 두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과 달리 별도 입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최근 대법원의 법관모임실태조사 및 윤리위원회의 권고 등 자체 노력을 존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판결문 공개에 대해서는 모든 판결문을 공개하고, 대신 사생활 보호장치를 두기로 했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장치 마련에 필요한 수백억원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핵심 논점인 만큼 수일 내 한나라당 특위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 제출할 구체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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