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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무소유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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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무소유와 나눔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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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법정 스님은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에서 '부디'라는, 못을 박은 것 같은 부사가 스님의 간곡한 뜻을 대변하고 있다.

2007년 5월에 돌아가신 동화작가 <강아지똥> 의 저자 권정생 선생은, 평생을 병고에 시달리며 시골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혼자 사셨다. 권정생 선생도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선생은 자신의 책에 대해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는 유언을 남겼다.

선생의 유지에 따라 남북한과 분쟁지역 어린이 등을 돕기 위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우리시대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두 분은 자신의 책에 대한 각각 다른 유언을 남겼다. 한 분은 '나눔'을, 한 분은 '무소유'를 부탁했다. 이승에 남긴 유언의 색깔은 다르지만 그 뜻은 분명 같을 것이다.

하지만 유언 소식에 스님의 책들이 즉각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인터넷 중고서점에서는 3~4배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절판이 되면 분명 해적판이 나돌 것이며 더욱 비싼 값에 책이 거래될 것이다. 세속의 마구니 같은 소유욕이 스님의 청정한 무소유를 더럽힐까 걱정스럽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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