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개봉한 스릴러 '용서는 없다'는 100만 관객을 모았으나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설경구와 류승범의 연기 대결이 시선을 끈 데다 한혜진의 첫 스크린 나들이로 화제를 모았으나 관객들의 마음까진 사진 못했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스릴러 '평행이론'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거북이 흥행으로 개봉 25일 만인 16일 겨우 90만 관객을 돌파했다.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 35억 가량이 든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에 거의 다다랐지만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충무로의 주요 장르로 자리잡은 스릴러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개봉한 스릴러 영화 대부분이 수익을 남기지 못하며 충무로 살림살이에 주름만 가게 하고 있는 것. 충무로는 올해 더 많은 스릴러를 쏟아낼 예정이라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흥행에서 연이어 죽 쑤는 스릴러
지난해 1월 이후 개봉한 스릴러 중 돈을 번 영화는 2,3편에 불과하다. '핸드폰'과 '마린보이' '이태원 살인사건' '백야행' '시크릿' 등이 줄줄이 적자의 쓴 잔을 들이켰다. 90억원을 들인 '차우'는 28억원의 적자를 남기고 극장에서 사라졌다. 18일 개봉하는 '무법자'에 대해서도 영화 관계자들은 어두운 흥행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수익을 남긴 스릴러는 '그림자 살인'(193만명), '마더'(297만명) 정도만 꼽힌다. 제작비 10억원대의 저예산 영화 '실종'도 흑자를 기록했지만 관객은 65만 6,000명에 불과하다. '마더'도 봉준호 감독이라는 상업적 무게감을 고려하면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종'을 제외한, 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중급 스릴러(11편) 중 불과 18.1%만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제작비 10억 미만 제외) 24.5%가 돈을 남긴 것과 비교된다. 스릴러가 평균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끝없는 스릴러 사랑
스릴러들의 잇단 부진에도 스릴러를 향한 충무로의 사랑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신인 감독부터 유명 감독의 연출작까지 규모와 색깔도 다종다양하다. 강우석 감독의 '이끼'와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이 하정우 김윤석과 다시 호흡을 맞춘 '황해', 원빈 주연의 '아.저.씨', 김명민 주연의 '파괴된 사나이', 유지태 주연의 '심야의 FM' 등이 제작 중이다. 엄정화 주연의 '베스트셀러', 유오성의 복귀작 '반가운 살인자', 임상수 감독의 '하녀' 등을 포함하면 11편 가량에 달한다.
충무로는 2008년 '추격자'의 성공을 바라보며 스릴러와 열애에 빠져들었다. '추격자' 개봉 이후 한때 국내 투자배급사 담당 직원들이 스릴러 시나리오만 읽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 정도였다. 한 영화인은 "'추격자'는 흥행에 성공했고 상도 많이 받아 부와 명예를 다 얻은 영화다. 영화사들이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지나친 스릴러 편애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영화인은 "'애자'와 '하모니' 등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특정 장르에 영화들이 몰리는 현상은 충무로가 아직 산업적으로 미숙한 상태임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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