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 계속되어온 '부동산 불패 신화'가 10년 안에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가계자산의 포트폴리오도 급변해 주식ㆍ펀드ㆍ보험 등 금융자산 비중은 높아지는 반면, 자산의 80%에 육박하는 부동산 비율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개인자산과 투자가 '부동산 의존형'에서 '금융상품 중심형'으로 바뀔 것이란 얘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8일 내놓은 '2020 주택ㆍ부동산 시장의 미래'보고서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의 성장을 이끈 경제ㆍ사회적 요인이 모두 쇠퇴하고 있으며 10년 이내 구조적 변화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이 고위 공무원과 대학교수, 연구원 등 부동산 전문가 5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54.7%가 "앞으로 10년간 금융자산 수익률이 부동산보다 높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지역 아파트의 수익률(39%)은 주식투자 수익률(9%)을 압도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연구원은 '10년 이내 대변혁'의 원인을 ▦급속한 노령화와 ▦인구감소 ▦이로 인한 주택보유 욕구의 감소에서 찾고 있다. 안정적인 연금ㆍ이자 수입 등을 선호하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투자 위험이 높은데다 비상시 즉각적인 현금화가 어려운 부동산의 매력은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또 저출산으로 2019년부터 인구가 감소해 주택의 절대 수요도 줄어들 전망. 아울러 핵심 수요계층인 요즘 40~50대 연령층의 경우, 주택을 자산증식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과거 세대보다 급감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설문 조사에서 '주택 수요 증가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실거주 수요'의 증가를 예상한 비율이 30.2%에 달한 반면, '자산증식 수요'라고 예측한 비율은 17%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또 부동산 가운데서도 기존의 대세인 아파트(24.5%)보다는 토지(32.1%)나 수익성 부동산(28.3%)을 유망 투자대상으로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 가구는 부동산자산 비중이 76.8%(2007년 기준)에 달해, 미국(36%) 캐나다(50%) 일본(61.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 이 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앞으로 우리나라도 부동산 자산비중이 선진국수준으로 내려가고 대신 (예금 보험 주식 등) 금융자산 비중이 올라갈 것"이라며 "투자의 근본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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