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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비타민은 먹어두면 좋다? 암환자에겐 되레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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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비타민은 먹어두면 좋다? 암환자에겐 되레 毒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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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를 복용하고 있는데요. 항암제는 비타민 C와 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고용량 비타민 C가 항암제 효과를 낮춘다고."

비타민 C의 하루 권장량이 100mg인데 음료수 한 병에는 그 이상 들어 있고, 하루 두세 병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다. 흔히 비타민 C는 수용성이라 많이 섭취해도 소변으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문제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만병 통치약'으로 통하는 비타민이 항암제를 먹는 암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비타민, 되레 암세포 보호

미국 암학회는 식사를 잘 못하는 암 환자에게만 하루 권장량 한도 내에서 종합 비타민 복용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는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절대로 비타민이나 미네랄 보충제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금했다.

미국 뉴욕메모리얼 슬론케터링병원 연구진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항암 치료 도중에 비타민 C를 복용하면 항산화제가 암세포를 보호해 암세포가 죽지 않는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민석 원자력의학원 병리과 교수는 "확실한 것은 무심코 먹는 비타민이 암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좋은지 나쁜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비타민 보충제 복용은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가 아니더라도 비타민 A, D, E, K, 베타카로틴 같은 지용성(기름에 녹는) 비타민을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은 "지용성 비타민은 가급적이면 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의학협회지는 비타민 A와 베타카로틴, 비타민 E를 장기 복용하면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북유럽에서는 비타민 A 과다 복용으로 인한 골다공증 발생률이 늘고 있다. 임신부에게 고함량 비타민 A 제품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임신 중에 여드름 치료를 위해 레틴산을 함유하고 있는 특수 비타민 A 제품을 복용한 여성 154명을 조사한 결과, 95명의 여성은 인공 유산을, 12명의 여성은 자연 유산을 했으며, 눈과 귀가 손상된 21명의 기형아가 출생했다는 끔찍한 보고도 있다.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은 여전히 고함량 비타민 A 제품이 심근경색을 예방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비타민 D는 뼈 성장에 필수적인 비타민이지만 칼슘 섭취가 부족하면 오히려 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또한 비타민 E는 지혈 작용을 방해할 수 있으며, 과도한 철분은 심장질환과 암 발생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 염창환 서울성모병원 완화의학과 교수는 "비타민 E를 과다 복용하면 출혈이 생기는 이른바 '코펜하겐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얼 메이슨 터프츠대 영양학과 교수는 "기형아 출산과 일부 암 예방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비타민 B9(엽산)을 과용하면 암을 촉진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다른 약과 잘못 먹어도 독

비타민을 다른 약과 함께 먹으면 독이 되기도 한다.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 때문에 수산화 알루미늄, 수산화 마그네슘을 주 성분으로 하는 제산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비타민 D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위장약과 비타민 D를 함께 먹으면 칼슘이나 마그네슘 흡수율이 높아져 고칼슘혈증이나 고마그네슘혈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녹내장과 폐기종, 무호흡증후군 등에 사용되는 치료제 '아세타조라미드'를 비타민 C와 함께 먹으면 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을 일으킬 수 있다.

아스피린과 비타민 E는 둘 다 피를 굳지 않게 만드는 항혈액응고 작용을 하므로 이 둘을 함께 먹으면 상승작용을 해 잇몸 출혈 등이 생긴다.

와파린 등과 같은 항혈액응고제와 비타민 K를 함께 섭취하면 약효가 떨어진다. 간과 양배추 시금치 녹차 브로콜리 등과 같은 녹황색 채소에 들어있는 비타민 K도 마찬가지다.

비타민 C의 여전한 효능

비타민 효능에 대한 이 같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비타민 C는 여전히 면역력을 강화하는 '생명의 물질'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한국식품과학회(회장 이형주)가 주최하고 광동제약이 후원해 16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비타민C 국제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학자들은 비타민 C가 호흡기질환과 박테리아 감염, 동맥경화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비타민 C에 대한 세계적인 연구 권위자인 발즈 프라이 미국 라이너스 폴리연구소 박사는 "비타민 C는 매우 효과적인 산화 방지제로 리포 단백질의 변형을 억제해 내피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비타민 C는 동맥경화 관련 질환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해리 헤밀라 핀란드 헬싱키대 공중보건학부 교수는 "비타민 C가 운동선수와 같은 급성 신체적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의 감기 발병을 줄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비타민 C가 염증 치료에도 효과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존 윌슨 미국 버팔로대 교수는 "비타민 C는 미세혈관 내피세포에서 과산화물 생성의 패혈증 자극을 저해하며 다균성 패혈증에서 혈소판 응집과 모세혈류 저해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선천적인 면역 변화에 따른 급성 염증 질환의 새로운 보조치료법으로 비타민 C 주입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비타민 C 박사'로 불리는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생쥐 모델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비타민 C의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이 교수는 "실험 결과, 비타민 C를 사람처럼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게 만든 생쥐는 정상 쥐에 비해 체중이 낮았고 중심 면역기관인 비장의 크기가 작았을 뿐만 아니라 비장 세포 수도 적었다"며 "또 이 쥐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켰을 때 닷새 이내 모두 죽었지만 비타민 C를 보충해 준 쥐는 죽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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