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단체 활동에 대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는 원론적이긴 하나 법관 모임의 성격과 활동 방향, 운영에 관한 법원 외부의 합의된 지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치적이거나 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혹은 그렇게 비칠 수 있는 활동은 해선 안되며 대중적 논쟁에 참여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윤리위의 지적은 온당하고 합리적이다.
윤리위는 특정 단체를 거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권고가 개혁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여당과 보수 진영의 해체 추진과 맥이 닿아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법연구회의 고뇌가 깊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과거 사법개혁을 주도하고, 사법부가 소홀히 다룬 민주주의적 가치에 천착해 온 모임의 성격과 활동을 빌미로 자신들을 재판 결과까지 좌우하는 좌편향 단체로 몰아 해체를 요구하는 데는 분노와 허탈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는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임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분명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여당과 보수 진영의 공격은 근거나 증거를 갖춘 합리적 비판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일방적 정치 공세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우리법연구회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법원 내부에도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적지 않은 형편이다. 우리법연구회에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부지불식간에 모임의 성격이나 회원 활동에서 이념적 편식 증세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그렇게 비칠 수 있는 요소는 없었는지 면밀히 짚어 보기 바란다. 폐쇄적 구성과 운영이 법원 내ㆍ외부의 오해를 촉발했다면 과감하게 모든 활동을 공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를 머뭇거리거나 지연하면 할수록 오해는 불신으로 번지게 된다.
법원 내 다른 모임들도 소수 엘리트주의에 함몰돼 세력화 양상을 띤 적은 없는지, 그로 인해 법원의 보수적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진 않은지 겸허히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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