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자체들이 제공하는 공공청사 결혼식장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식비가 무료일 뿐만 아니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결혼식을 할 수 있어서다.
경기도 제2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주말과 휴일에 청사 1층 로비를 예식장으로 개방했다. 지금까지 4쌍이 결혼식을 올렸고, 4월에는 2쌍이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결혼할 예정이다. 경기 북부지역에는 무료 예식장이 드물어 최근 결혼 성수기를 맞아 예비부부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 8월 구청 회의실을 무료 예식장으로 개방한 서울 성북구의 경우 10쌍이 청사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올해 10월까지 20여 쌍의 예식이 잡혀 있고, 4~6월까지는 거의 매주 결혼식이 열린다.
2007년 7월부터 시청 3층을 시민예식장으로 꾸민 경기 용인시는 지난해까지 158쌍의 결혼식을 치렀다. 올해도 예식은 매 주말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호화청사로 질타를 받은 경기 성남시도 이 달 1일부터 시청 1층을 무료 예식장으로 개방했다.
공공청사 결혼식은 일단 식장 이용료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표지판이 사방에 붙어 있어 찾아오기 편하고, 최근 준공한 건물들이라 각종 시설도 깔끔하다. 주차 대수도 일반 예식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구내식당도 최소 200석 이상이라 피로연이 전혀 불편함이 없다.
여기에 경기도제2청은 신세계푸드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음식을 차릴 수 있도록 했다. 성북구의 경우 구청장실을 혼주 가족들의 공간으로 내놓는다. 용인시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면 외식업체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무료로 빌려주는 등 지자체들만의 특화된 서비스도 다양하다. 이준복 용인시 건강가정담당은 “결혼식 비용을 절반 가까이 절약하는 것 같다”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한 예식에 하객들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비용이 경쟁력의 전부는 아니다. 하루에 한 쌍만 예식을 치르기 때문에 일반 예식장과 달리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다. 또 틀에 박힌 예식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다양한 이벤트로 결혼식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일반 예식장에서는 하기 힘든 다과회 피로연을 열거나 신랑 신부 친구들이 직접 축하 공연을 벌이기도 한다”며 “예상과 달리 저소득층보다는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 공공청사 결혼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달 6일 경기도제2청에서 결혼한 회사원 오모(30·회사원)씨는 “비용도 저렴하고, 동아리 밴드를 불러 공연을 펼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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