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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출동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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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출동 현장 가보니

입력
2010.03.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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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5일 오전 10시50분께 서울 광진구 자양4동 131번지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뚝섬유원지 인근 한강 위에 떠있는 구조대 청사에서 직원들이 출동을 서두른다.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사이에 시신이 떠오른 것 같다는 신고를 받았기 때문. 구조대 보트가 영동 성수 동호대교를 지나 6㎞를 6분만에 주파해 현장에 도착했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노신사가 둔치에서 우산을 받쳐든 채 물체가 떠오른 곳을 조심스럽게 가리킨다. 구조대 보트가 확인해보니 지푸라기와 비닐뿐이다.

아들을 기다리는 노신사

119 신고를 한 이 신사는 6일 오후 1시30분께 한남대교 위에서 투신한 17세 A군의 아버지다. 사고 이후 50대의 이 노신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 9시면 한남대교 인근 한강 둔치에 나온다. 15일에도 "오늘이나 내일 아들이 떠오를 것 같다"며 해가 떨어질 때까지 강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소금기둥'이 돼버렸건만 강은 열흘이 넘도록 답이 없다. A군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를 비관한 듯 했다. "가난하기 때문에 의대에 갈 수 없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애타는 기다림엔 씻을 수 없는 한(恨)이 스며있는 셈.

사고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닿은 것도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였다. 다이버 4명이 2개조로 나눠 해질녘까지 강 바닥을 뒤졌지만 A군은 없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대원은 "지금도 하루 3회 이상 한남대교 인근을 순찰하고 있지만 A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대원들은 "교각 밑 바닥에는 준설공사 당시 버린 폐 건축자재와 나무더미 등이 쌓여있어 수색에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어려움은 또 있다. 대부분 수중파괴반(UDT) 등 특수부대 출신인 이들도 잠수를 하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오염이 돼서다. 다면카메라 등 특수장비도 소용없는 '야전'에서는 감과 몸으로 때우는 게 상수란다.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낯빛은 날이 갈수록 흐려졌다.

숱한 자살의 이유

자살 사이트가 유행하며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10대가 늘어나는 게 최근 추세다. 한 구조대원은 "작년부터 동반자살이 분기에 1, 2번은 발생한다"며 "한 명 어렵게 찾고 나면 다른 사람 있다고 할 때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대개는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 구조가 된 뒤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이들을 보면 구조대원들의 맘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해 9월13일 오후 9시27분께 황모(18)군이 성수대교에서 뛰어 내린

뒤 구조됐다. 정신을 차린 황군은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여자도 같이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밤샘 수색을 했으나 찾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 동호대교 교각의 도드라진 부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이 발견됐다. 그 여성은 떠내려가다 다행히 교각을 붙잡았고 물이 차오르던 와중에도 밤새 버텼던 것이다. 한 대원은 "교각 아래는 워낙 물살이 세 휩쓸리면 50~100m 가량 밀리기 일쑤인데 정말 운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살려놓았더니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다. 홍성삼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대장은 "긴급출동의 절반이상이 투신사고로, 구조된 이들 중 일부는 '죽으려 했는데 왜 구했느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급증으로 구조대원들은 더욱 바빠졌다. 장문준(41)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부대장은 "30~50대 여성 투신자의 가족 얘기를 들어보면 70% 이상은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수능시험이 있는 날도 늘 걱정이지만 지난해는 다행히 없었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하다

맞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대원들의 눈은 대부분 충혈돼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아찔한 순간도 많다. 김범인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부대장은 지난해 8월 장대비가 쏟아지던 장마철에 겪은 기억을 털어놨다.

양화대교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불어난 물에 휩쓸린 50대 남성을 구하다 대원 세 명이 강물에 휩쓸려 교각에 부딪쳤다. 김 부대장은 갈비뼈 두 대가 부러졌지만 로프로 이 남자를 무사히 구조했다. 그는 "강물이 계속 차올라 2~3분만 지연됐어도 구조는커녕 자칫 출동했던 대원 모두 황천길로 갈 뻔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체력유지와 훈련은 필수다. 대원들은 최대 40㎏에 이르는 스쿠버장비를 짊어진 채 하는 긴급출동 훈련, 물살을 가르며 목표지점에 신속하게 도착하는 구조정 훈련, 출동로 확보 훈련 등으로 하루 5시간 이상을 보낸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남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광진ㆍ영등포 수난구조대 등 서울지역 소방서 구조대는 지난해 수난구조 목적으로 총 1,418번 출동했다. 자살기도가 719건(50.7%)으로 가장 많았고, 익수(단순히 물?빠짐)가 151건(10.6%), 사체인양이 111건(7.8%)이었다.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는 올해만 33번 출동해 2명은 구하지 못했지만 10명의 목숨을 건졌다.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도 64회 출동해 18명의 목숨과 10구의 사체를 건지는 등 이름에 걸 맞는 활약을 펼쳤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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