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만남이다. '갱스 오브 뉴욕'(2002)으로 시작된 인연은 '에비에이터'(2004)와 '디파티드'(2006)를 거쳐 '셔터 아일랜드'에 이르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콜세지라는 거장 감독의 이름에 기대 미소년의 이미지를 벗어던졌고, 스콜세지는 디카프리오라는 상업적 안전판을 발판으로 그의 영화적 연대기를 이어왔다. 둘의 합작은 윈-윈이었다. 8년 동안 디카프리오는 스타에서 '배우'로 꾸준히 성장했고, 스콜세지는 숙원이던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2007년 '디파티드'로 손에 쥐었다.
둘이 손잡은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쑥쑥 커왔다. '갱스 오브 뉴욕'이 7,800만 달러를 벌었고, '에비에이터'는 1억3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디파티드'는 1억3,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개봉한 '셔터 아일랜드'는 아직 선보이지 않은 나라가 많은데도 벌써 1억3,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다카프리오와 스콜세지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찰떡 궁합의 인연을 이어가게 된 셈이다.
'셔터 아일랜드'는 둘의 호흡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입증하는 영화다. 1968년 데뷔 이래 40년 넘게 영화현장을 지킨 스콜세지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로 장면 하나하나를 다듬었다. 1950년대의 풍경과 공기가 스크린을 장식한다. 객석에는 매카시즘이란 시대의 역겨운 광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50년대 누아르 영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한다.
20년 동안 연기를 해온 디카프리오는 다혈질적이고 정의감이 넘치지만 결국 파멸한 자신의 모습을 목도해야 하는 연방경찰관 역을 세밀히 묘사해낸다. 신념과 절망을 오가는 면밀한 심리 연기는 그가 왜 로버트 드니로에 이어 스콜세지의 '얼굴'이 됐는지를 증명한다.
영화는 스릴러의 영역에 위치해 있다. 수식어를 굳이 붙이자면 초자연적 스릴러다. 유령을 다루지 않지만 가끔 등골이 서늘해지고, 팔뚝의 솜털이 곤두선다. 후반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때는 잠시 머리가 멍해진다. 스콜세지의 걸작 범주에 들어가긴 어려울지라도 거장의 또 다른 성과로 기억될 만하다.
영화는 연방경찰관 테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954년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격리 수용한 섬 셔터 아일랜드에서 실종된 한 죄수를 찾아내는 수사에 착수하며 시작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애의 고도는 비밀투성이다. 자녀 셋을 죽인 실종 죄수는 수상한 쪽지만 남기고 사라졌고, 한 죄수는 심문을 받다가 "도망쳐라"는 메모를 테디에게 몰래 건넨다. 간부들은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설상가상으로 폭풍우가 몰아닥치며 테디와 그의 동료 척(마크 러팔로)은 섬을 떠날 수조차 없다. 테디는 조금씩 목을 조여오는 적대적인 기운을 느끼고 이에 맞서지만 힘이 부친다.
2시간 18분 동안 관객에게 계속 물음표를 던지며 서스펜스를 이어가는 영화다. 하지만 파시즘이라는 사회적 화두를 개인의 정신적 착란으로 국한해 풀어내는 듯한 결말이 아쉽다. 사회파 감독을 자부해온 스콜세지라는 이름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지점이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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