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을 걷는 듯하다. 격정의 연주로 무대를 뜨겁게 달궜던 '기타의 신'은 이번엔 빼어난 서정성으로 듣는 이의 가슴을 두드린다.
'Emotion & Commotion'은 거장 제프 벡이 7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이다. 오래도록 정제된 음악적 감성 때문일까, 거장의 손가락에 의해 튕겨진 6현의 소리는 농익을 대로 농익었다. 전기기타가 꿈꾸는 모든 소리는 이 앨범에 다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종다양한 장르를 희롱하는 거장의 손길도 예사롭지 않다. 제프 벡은 중세의 성가에서 영감을 얻은 'Corpus Christi Carol'로 시작해 재즈 스탠더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거쳐, 오페라 '투란도트'의 그 유명한 아리아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에 이른다. 곡마다 울음을 삼키는 듯한 절제된 화음으로 서정의 정점에 다다른다.
1950년대 블루스 록의 명곡 'I Put A Spell On You'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영국 최고의 R&B 가수 조스 스톤의 목소리와 벡의 기타는 홀연 시계바늘을 되돌려놓는다.
신곡 4곡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Hammerhead'와 'Never Alone', 'Serene', 'There's No Other Me'는 서정과 격정이 버무려진 연주로 거장의 시들지 않은 열정을 보여준다. 20일 제프 벡의 첫 서울공연이 새삼 기다려지는 이유일 것이다. 워너뮤직코리아.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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