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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재기 몸부림…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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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재기 몸부림… 봄은 오는가

입력
2010.03.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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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아침부터 점차 굵어진 빗줄기 속에 김규한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과 노조원, 임직원들이 또다시 회사 본관 앞에 모였다. 지난해 5월부터 약 3개월간 파업을 벌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지금은 정상화한 공장에 또 한번 재회했다. 하지만 이날의 분위기는 노사간의 구호와 폭력이 아닌 상호간의 격려와 박수가 가득했다.

이날 행사는 쌍용차 노조원들과 임직원들이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회생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진행되는 도보 릴레이에 나서는 자리였다. 30여명의 직원들은 이날부터 사흘간 교대로 평택공장에서부터 서울 여의도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대국민 홍보활동에 나선다. 김 위원장은 "쌍용차 노조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어 국민이 보여준 응원에 꼭 보답하겠다"며 의지를 다졌고 박영태 쌍용차 공동대표 등 직원들은 응원의 박수로 화답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77일간의 파업에 이어 직원 33%를 감축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 해 8월부터 공장을 재개했고, 지금 회생을 위한 노력을 매진하고 있다.

쌍용차 평택 공장 프레스에 들어서니 공장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체어맨, 액티언 등의 문짝, 옆판 등이 수 천 톤의 프레스에 눌려 형태를 갖춰 나오면 '팔레트'라고 불리는 운반도구에 차곡차곡 실렸다. 곽용섭 차장은 "지금은 부품이 가득 실린 저 팔레트가 파업 때 바리케이드로 공장 앞에 쌓여 출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차체공장은 파업 당시 경찰과 노조 간에 치열한 점령 전쟁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깨끗한 바닥과 잘 정돈된 주변 환경은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곳에서는 자동화 설비로 용접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작은 먼지만으로도 불량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더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차체 1팀 황주원(47)씨는 "대부분 직원들이 출근 시간(오전 8시30분) 30분 전부터 공장에 나와 주변 청소부터 깨끗이 한다"며 "공장 재개 후 확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상원(48) 차체 1팀 직장(조장)은 "직원들이 공장이 재개된 이후 화장실 제대로 다녀올 시간도 없이 일한다"며 "당장 월급이 적어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 해 떠난 분들이 하루 빨리 돌아올 수 있게 하자고 직원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쌍용차 직원들은 지난달 정상임금의 50~80%만 지급 받았다.

조립공장 역시 열기가 뜨거웠다. 조립라인에 올라선 작업자들은 주변을 둘러볼 새 없이 업무에 집중했다. 곽 차장은 "현재 공장 가동률이 96%를 기록하고 시간당 22대의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다"며 "30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으로 700명에 달하던 인원이 해내던 효율(시간당 18대)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이 재개된 이후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는 노사간의 소통이 늘었다는 점이다. 김 노조 위원장과 박 공동대표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한번 하루 4시간씩 직접 현장을 찾아 함께 일하며 현장의 어려운 점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동대표들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일하며 현장의 작은 애로사항도 크게 듣고, 스스럼 없이 삼겹살에 소주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쌍용차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장애물이 있다. 회사가 회생하는 데 유일한 기대주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200의 개발비용이 1,000억원 가량 모자라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도로릴레이의 종착지로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본사(여의도)를 택한 것도 자금지원을 원활하게 마무리 지어 직원들의 마지막 희망을 꺾지 말아달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쌍용차 노사는 마지막으로 "회사를 회생시키면 반드시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전했다.

평택=강희경 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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