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입적한 법정(法頂) 스님이 법적 효력을 갖는 자필 유서의 형태로 유언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 스님이 이끈 봉사단체 '맑게 향기롭게' 관계자는 15일 "스님이 유언을 남기셨고 '맑고 향기롭게' 감사인 김유정 변호사와 상좌 스님 등이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 스님의 상좌인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은 "유언장과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며, 있다고 해도 스님이 마지막 순간 남기신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입적 전날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말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써 달라"고 상좌들에게 당부했다. 덕현 스님은 "아마 법적인 유언을 남기셨다면 이런 내용, 특히 재가(在家)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덕현 스님은 법정 스님의 책 인세 등 기부 활동에 대해서는 "스님은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ㆍ베푼다는 마음을 지운 참된 나눔)를 실천하신 분"이라며 "상좌들이 아는 내용도 적지 않지만 스님의 뜻을 받들어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정 스님은 와타나베 쇼코의 <불타 석가모니> , 지눌 스님이 쓴 <수심결> 등 2권의 책을 3월 말 출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정 스님이 과거에 번역ㆍ주해한 책들로 개정판이 문학의숲 출판사에서 발간될 예정이었다는 것. 고세규 문학의숲 대표는 "스님은 지난해 말까지 개정판 원고를 검토하시며 출간에 의욕을 보이셨다"고 말했다. 수심결> 불타>
법정 스님은 간병인에게 구술해서 두 책의 서문을 썼는데, 모두 '2010년 봄 법정'이라고 기록돼 있다. 생전에 남긴 스님의 마지막 글인 셈이다. <수심결> 서문에서 스님은 "인간의 업이란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것이다. 깨달음은 수행으로 완성된다. 설령 이치는 알았다 해도 실제 현상에서는 실천하지 못한다. 수행이란 '행(行)'이 그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심결>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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