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가 예상을 깨고 LG를 3연승으로 누르고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6강 플레이오프 개막 전 많은 전문가들은 LG의 절대 우세를 예상했다. 득점왕 문태영, 리바운드 1위 알렉산더, 확실한 3점 슈터 조상현 등을 보유한 LG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동부보다 한 수 위였다.
동부는 그러나 끈끈한 조직력으로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LG를 눌렀다. 놀라운 것은 정규시즌 때 평균 80점 이상을 올렸던 LG의 막강 공격력을 3경기 모두 60점대로 묶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기아(현 모비스) 감독 시절 유난히 아꼈던 강동희 동부 감독은 훌륭한 야전사령관이었다. 폭넓은 시야와 노련한 경기운영은 강 감독만의 무기였다. 강 감독은 허재 김유택 한기범 유재학 등 개성 강한 선배들 속에서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며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무던하고 원만한 성격의 강 감독이지만 가슴속에는 늘 강한 승부근성을 품고 있다. 때문에 제아무리 개성 강한 선배들이라 할지라도 코트에서는 강 감독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또 후배들에게는 늘 모범적인 생활로 신뢰를 받았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강 감독이 개성 강한 챈들러를 잘 다독였던 모습은 압권이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인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강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노련한 운영으로 챈들러를 다스렸다.
식스맨 활용도 빛났다. 강 감독은 정규시즌 때는 출전기회가 거의 없었던 손준영 진경석 등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을 등에 업은 손준영과 진경석은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200%' 자기 몫을 다했다.
강 감독이 초보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베테랑 전창진 감독(현 KT 감독) 밑에서 코치로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침착하면서도 냉정한 전 감독과 함께 벤치를 지키면서 강 감독은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또 한 명의 유능한 젊은 감독이 탄생한 것 같아 농구선배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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