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인 김길태(33)는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서도 살해의 고의성은 부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는 계획적 살해에 대해선 '살인죄'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땐 보다 형량이 낮은 '치사(致死)죄'가 적용된다. 김길태의 주장대로 우발적 살해였음이 인정된다면, 강간살인이 아니라 강간치사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형법상 강간살인은 법정 형량이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지만, 강간치사는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형에 처해진다. 강간치사 혐의가 적용돼 기소될 경우 최소한 사형은 면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유기징역형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술에 취해 사물변별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땐 법원에 의한 형량 감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조두순 사건' 이후 대법원은 양형기준을 도입하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주취감경을 인정하지 않기로 해 중형 선고는 불가피해 보인다. 양형기준에 따르면 강간치사죄는 기본형이 8~11년, 가중요소를 감안하면 22년6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강간치사 혐의가 적용된다 해도 김길태에겐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형이 선고될 수 있다. 피해자가 1997년 5월 4일생이어서 아직 만 13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치사죄에 대해선 사형도 가능하도록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또, 우발적인 범행이라 해도 '살인의 결과 발생을 인식하고 저질렀다면 치사죄가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따라서 김길태의 주장과 관계없이 강간살인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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