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에서 중진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이 하토야마(鳩山) 총리, 오자와(小澤) 간사장 등의 정치자금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지만 자민당은 이를 반전의 기회로 활용하기는커녕 7월 참의원 선거 전 분당 사태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동생으로 자민당 정권에서 총무성 장관을 지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자민당 의원은 15일 오후 자민당 본부에 탈당계를 제출한 뒤 5월 대형연후에 신당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집행부는 구니오 의원의 탈당계를 수리했다. 구니오 의원은 신당 창당 의사를 표명한 요사노 가오루 전 재무상, 맛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상 등과 제휴를 모색하기로 했다.
구니오 의원은 탈당 이유에 대해 "(민주당 정권은) 외국인 참정권과 부부별셩, 교육의 문제 등에서 나라를 파멸로 이끄는 최악의 사태로 가고 있다"며 "선거에 패한 자민당 정권만으로 이를 저지할 수 없는 만큼 밖에서 동지들을 모아 강력한 야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정권은 아주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공격했다.
자민당이 재기를 위한 전열을 재정비하기는커녕 분당이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현 총재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품성을 인정 받지만 정치자금 문제 등을 집중 추궁해 민주당을 궁지에 몰아 넣는 도전적인 면모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요사노 전 장관은 최근 월간지 기고에서 다니가키 총재 체제로는 참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지금처럼 계속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신당 결성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의 13, 14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달에 비해 6%포인트 줄어든 28%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역시 16%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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