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전천후 플레이어의 진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을 노리는 ‘허정무호’에 반갑기 짝이 없는 소식이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박지성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공격 전술을 전환하는 실험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왼쪽 날개 혹은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된 박지성은 포지션 변화에 구애 받지 않고 기복 없는 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의 에이스’임을 확인시켰다.
최근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의 박지성 활용법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로 다양하게 기용하고 있고 박지성은 맡은 바 임무를 100퍼센트 충족시키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AC 밀란(이탈리아)과의 2009~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두 경기에서 박지성은 정삼각형 중앙 미드필드전의 최전방에 배치됐다. 상대 공격의 시발점인 안드레아 피를로를 2선에서 봉쇄하기 위한 변칙 전술이었다. 박지성은 그림자 수비로 피를로를 꽁꽁 묶은 것은 물론 2차전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까지 터트리며 8강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퍼거슨 감독은 15일 오전(한국시간) 풀럼과의 2009~1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홈 경기(3-0)에서 박지성을 ‘조커’카드로 뽑아 들었다. 박지성은 좌우 측면을 종횡무진 누비며 쐐기골의 발판을 만드는 활약을 펼쳤다.
후반 27분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교체 투입된 박지성은 후반 33분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뚫고 예리한 크로스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에게 완벽한 골 찬스를 만들어줬다. 베르바토프의 헤딩슛이 빗나가 도움을 올리지 못한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고 후반 43분 웨인 루니의 패스를 받아 정확한 크로스로 베르바토프의 쐐기골을 배달했다.
‘수비적인 선수’로 인식되던 박지성은 최근 매서운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수비적인 임무가 강조됐던 AC 밀란전에서의 득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풀럼전에서는 정교한 크로스 능력을 과시했다. 한층 진화한 모습이다.
허 감독은 남아공에서 변화 무쌍한 전술 변화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박지성이 있다. 박지성의 진화에 따라 대표팀의 전술 활용 폭은 넓어지고 상대방은 혼란스러워진다. 박지성의 전천후 활약이 대표팀에 반가울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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