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군 백학면 구미리의 북한 땅굴 진위 논쟁이 10년 만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우익단체들은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니 절개해 확인하자 하고, 군 측은 자연동굴이 확인된 만큼 굳이 손댈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은 이 날 낮 12시30분 구미리 땅굴 시추 지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안보를 위해 즉시 구미리 땅굴을 절개하라"고 촉구했다.
최우원 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시민단체들이 사비를 털어 땅을 팠고, 직접 땅굴 안에서 동영상까지 촬영해 땅굴의 존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국방부는 남침 땅굴이 아니라고 하지만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파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 1월 이 땅굴을 처음 발견한 이창근(44)씨는 "나는 보안부대 출신으로 군복무 시절부터 남침용 땅굴을 추적했다"며 "정부는 철저하게 구미리 땅굴을 은폐했고, 포상금을 노리는 사기로 몰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연천군을 방문해 구미리 땅굴 절개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연천군은 "지자체에 권한이 없다. 요구사항을 중앙에 건의하겠다"는 답을 이들에게 전했다.
10년 전 땅굴을 시추한 지점은 구미리의 한 주택 마당. 현재 이곳에는 직경 60㎝짜리 구멍이 지하 40m 깊이로 뚫려 있다. 지하 동굴은 직경 2.3m 정도이고, 다른 남침용 땅굴처럼 인공적으로 뚫은 흔적이 있다는 게 우익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국방부는 당시 자체조사를 통해 자연동굴로 결론을 내렸고, 군사적으로 땅굴을 파기에 부적합한 위치라고 밝혔다.
이씨는 땅굴 발견 뒤 국가를 상대로 확인소송과 행정소송을 제기해 모두 각하 판결을 받자 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포상금 조정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2006년 4월 "제출한 자료와 주장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국가가 이씨 입회 아래 자체 비용과 노력을 들여 땅을 절개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땅 절개 공사에 1억5,000여 만원이 소요되는 데다 해당 지역은 군사보호지역이므로 이씨가 직접 땅을 파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절개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씨도 소송을 접으며 사건이 잊혀졌다.
한편 땅굴 발견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5사단 관계자는 "해당 지점은 1992년부터 민간인에 의해 땅굴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몇 차례 시추작업을 한 결과 땅굴이 아닌 것으로 2000년에 이미 결론이 난 상태"라고 절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글ㆍ사진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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