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이 외교관에 대한 면책특권이 박탈되기 직전에 해외로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5일 부산 해운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의 양해 아래 피진정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A(50)씨가 대사관에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이 달 3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A씨는 2007년 9월 여객기 안에서 우연히 알게 된 이모(50ㆍ여) 씨에게 “필리핀 현지에 컴퓨터 학교를 설립하면 고액의 배당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인 뒤 지난해 6월까지 2억2,000만 원을 투자 명목으로 받아 챙긴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A씨가 컴퓨터 학교설립 사업계획서는 물론이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접촉한 인물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로부터 외교관 면책특권을 박탈해 달라는 요청을 수 차례 받은 미국 정부는 A씨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 이 달 5일 면책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A씨가 외국에서 교통사고로 미국인 남편을 잃은 임 씨가 거액의 보상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거액을 가로채 도박과 유흥비로 유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면책특권이 사라져 한국에서 사법처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한 A씨는 미국 정부가 면책특권을 포기하기 이틀 전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외교관 여권을 빼앗고 부산 머물러 있으라는 명령을 어기고 출국할 줄은 몰랐다”면서 “소재를 파악해 자진 출석하도록 권유하거나 한국으로 직접 데리고 오겠다”고 경찰에 해명했다.
경찰은 A씨를 지명수배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인터폴에 A씨의 소재 파악을 요청하기로 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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