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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양 어머니 인터뷰 "사람이 이렇게 미운 적 없다"

입력
2010.03.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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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홍모씨ㆍ38)는 할 말을 잊은 듯 한동안 입을 닫았다. 딸 이유리(13)양 이야기 들을 때도 입술을 꼭 깨문 채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다. 하지만 김길태(33)라는 세 글자를 듣자 갑자기 분노가 치민 듯 부르르 떨었다.

"김길태가 범행을 부인할 때는 당장 경찰서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어요.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해 놓고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어머니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억지로 심호흡을 해 가며 감정을 다잡은 어머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식은 자기 목숨과도 바꾼다지 않아요. 지금까지 이렇게 사람을 미워한 적이 없는데 지금은 도저히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어요."어머니는 이양 할머니의 만류에도 김길태에 대한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우발적 범행이라는 추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우리 집 근처에서 며칠씩 머물렀다는데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됩니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김길태 팬 카페을 언급할 때는 "우리 유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김길태가 영웅이다. 이유리가 죽어도 마땅하다' 등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이양 오빠를 통해 읽었다는 어머니는 세상에 대한 배신감에 가슴을 쳤다고 한다. 그리고 15일 오전 경찰에 연락해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어머니에게 이양은 너무 의젓한 딸이었다. 갖고 싶은 게 많았지만 늘 "나중에 돈 생기면 사 달라"고 했다. "유리는 아이들을 좋아해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어 했어요. 형편이 어려워 많이 못해 준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어머니는 이양과 주고받은 마지막 대화 내용이 아직 생생하다. 딸이 납치된 지난달 24일 저녁이었다. "유리야, 이모랑 집에 갈 테니 청소 해 놓고 과일도 사다 놓으렴." "엄마, 다 준비해 놓을 테니 걱정 마."

이양 할머니는 유리의 시신이 발견된 후 집에 남아 있던 손녀의 옷가지와 물건 등을 몰래 내다 버렸다. 어머니가 식음을 전폐하는 것을 보다 못한 고육책이었다. "유리가 아직도 집안 어딘가에서 인터넷 소설을 보고 가수 장우혁 음악을 듣는 있는 것 같아요. 전 아직 유리를 보낼 준비가 안돼 있어요." 어머니는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딸의 시신이 발견되기 직전까지도 이양이 살아 있을 것으로 굳게 믿었다. 김길태가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바램은 무참히 무너졌다. "경찰 수사에 왜 불만이 없겠습니까. 할 말은 많지만…."

어머니는 정부에 바라는 게 많았다. "예슬 혜진이 사건 때도 그렇고 사건이 터졌을 때만 분노가 들끓고 좀 지나면 바로 식어 버리잖아요. 이런 사건이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닌데 그때 정부가 범죄자들을 제대로 관리했다면 유리도 살릴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어머니는 빈집이 많아 우범지대로 변한 재개발 지역에 폐쇄회로(CC)TV를 많이 설치해 줄 것도 희망했다. "유리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15일 한국일보 부산취재본부 사무실을 찾은 유리 어머니의 간곡한 바램이었다.

부산= 강철원기자

강성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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