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태껏 차기 총재 내정을 하지 못한 것은 이들 모두 '만족스런 총재감'이 아니기 때문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초 한은 총재 선임을 위한 '인재풀'을 너무 좁게 잡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소식통은 15일 "23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한은 총재 임명안이 상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30일 국무회의에서 임명안을 처리해야 한다.
차기 한은 총재 취임일은 내달 1일. 그리고 약 일주일 뒤인 9일에 기준금리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해야 한다. 자칫 업무파악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중대한 금리결정 회의를 주관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성태 총재의 경우 1주일 전인 3월 23일에 내정됐지만 한은에서 40년 가까이 보낸 '한은맨'이었던 데다, 부총재로서 당연직 금통위원을 지냈기 때문에 업무 공백이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외부 인사가 올 경우 업무파악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신임 총재가 금통위 의장으로서 통화정책을 관장하기 위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후보 중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차라리 빨리 확정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인재풀을 너무 좁게 잡아 뒤늦게 고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처음부터 측근뿐 아니라 인재풀을 넓게 보고 검증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면서 "그래도 당장 시간이 없으니 깜짝 인사보다는 하자가 가장 적은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후계 양성 시스템이 잘 안 돼 있어 하마평이 나올 때 그럴 듯한 사람들이 많이 거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너무 측근 인사 중심으로 한은 총재를 임명할 경우, 다음 정부에서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한은 총재의 임기는 2010년4월~2014년3월로, 마지막 1년은 다음 정부에 걸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정부 색채가 너무 강한 인사가 한은 총재로 임명될 경우, 차기 정부에서 거취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으며 이는 어렵게 정착된 '한은총재 임기보장'관행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실장은 "통화정책의 목표와 수단,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췄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좀더 중립적인 분들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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