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사무관급 변호사 채용 경쟁률이 60대 1을 넘어섰다. '사법시험 패스보다 공정위 변호사 되기가 더 힘들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관 특별채용 시험에서 2명 모집에 133명이 지원, 6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8년 10월 2명 모집에 109명이 몰렸던 것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경쟁률이다. 매년 사법시험 경쟁률이 20대 1 안팎인 점을 볼 때, 공정위 취업문이 사시보다 더 '좁은 문'이 된 셈이다.
공정위가 변호사들의 인기 직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은 최근 들어 기업이나 로펌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변호사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사법연수원생의 최근 취업률(1월 수료식 기준)은 2008년 64.1%, 지난해 55.9%, 올해 55.6%로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전반적인 변호사 취업난 보다는, 공정위 근무 경력이 변호사들에게 향후 훌륭한 '커리어'가 된다는 게 더 큰 이유다. 공정위는 대기업 관련 사건의 실무를 많이 다룰 뿐 아니라 업무 영역이 특수하기 때문에, 공정위 출신들은 대형 로펌들의 주요 '헤드헌팅'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3년간 공정위에서 퇴직해 민간 기업으로 취업한 4급 이상 공무원 24명 중 14명이 대형 로펌을 선택(지난해 국정감사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자료)한 것을 봐도 그렇다.
공정위 관계자도 "공정위 경력이 나중에 로펌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보니 판ㆍ검사 임용자를 빼면 공정위에 지원하는 사법연수원생들의 성적이 가장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을 통해 사실상의 1심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보니, 판ㆍ검사 직과 비교해도 결코 모자라는 경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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